이 대통령은 2일 X(옛 트위터)에 820조원 규모인 내년도 예산에 양극화 완화 정책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신문 사설을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내년 예산안을 분야별로 보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재원 증가율이 29.7%로 1위였다. 보건·복지·고용 재원 증가율(9.3%)을 압도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지만 지금은 전 정권이 만든 성장 보릿고개라 일단 성장 회복에 더 주력해야 한다”며 “지속적 성장을 회복하지 못하고 0% 성장에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게 되면 양극화는 더 확대되고 심지어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썼다.
이 대통령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등 2기 경제라인에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우선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라는 파이를 키우는 정책은 현 정부 내내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만족하긴 어렵겠지만 복지 확대에도 애쓰고 있다”며 “심지어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 예산이라는 비난도 있다”고 적었다.
향후 경제 정책은 성장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표적으로 미래대응기금(162조원 이상) 가운데 45조5000억원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사업에 쏟아붓는다. 지난 5월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 과실에 따른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는 국민배당금을 제안하자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성장보다 분배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던 터였다.
경제계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언급한 규제, 금융, 공공, 연금, 교육, 노동 등 6대 분야의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정부에서는 6·3 지방선거 이후 구조개혁 등 경제 체질 강화에 나설 계획이었다. 2028년 총선거 전까지 2년간 선거가 없는 만큼 반발을 상대적으로 덜 의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세가 가팔라지며 공공기관 통폐합 외에는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던 하후상박으로의 기초연금 개편은 이런 이유로 브리핑 1시간 전에 돌연 취소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연금 개혁하고 정권이 유지된 나라가 없다고 할 정도”라고 부담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가장 시급한 과제인 노동 분야에서 이 대통령은 ‘고용 유연화’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밀려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노동쟁의 대상 제한 등도 숙의 과정을 지켜보자며 거리를 둔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지지율을 보면 노동계와 각을 세우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선을 넓히지 말자는 게 청와대 의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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