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가장 길고 치열했던 국제분쟁으로 꼽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건. 약 7조원의 ‘혈세’가 걸린 이 사건은 약 13년간의 분쟁 끝에 지난해 한국 정부의 완전 승소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릴 만큼 한국 정부의 승리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그러나 막판 대역전극을 만들어내며 승전보를 올릴 수 있었다. 김갑유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가 이끄는 ‘피터앤김(Peter & Kim)’의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피터앤김은 국제중재 분야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 부티크 로펌이다. 2019년 처음 설립됐는데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으로 국내 국재중재 분야에서 최고 실력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김갑유 변호사가 독립해 스위스 출신인 볼프강 피터 변호사와 함께 이 로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제중재는 국가와 기업, 글로벌 기업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형 분쟁을 해결하는 대표적인 절차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와 글로벌 거래가 확대되면서 국제중재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분쟁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고 여러 국가의 법 체계와 계약 구조가 동시에 얽혀 있어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피터앤김은 설립 초기부터 이런 국제중재를 핵심 분야로 삼고 전문 인력을 집중적으로 영입해왔다.
피터앤김의 경쟁력은 김 대표변호사 개인의 리더십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제중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팀 구조 역시 피터앤김의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중재 사건에서 구두변론 전략에 강점을 보이는 방준석 시니어 외국변호사를 필두로 신연수 파트너 변호사(연수원 37기), 김진욱 변호사(연수원 41기), 김새미 변호사(연수원 42기) 등 국제중재 분야의 베테랑들이 대거 포진했다.
피터앤김은 이런 전문가들을 앞세워 국제중재 분야에서 굵직한 사건들을 도맡아 처리하며 입지를 강화해왔다.
피터앤김의 실력을 보여준 건 론스타 사건만이 아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취소소송에서도 영국 고등법원으로부터 올해 원중재판정 취소 및 파기환송 결정을 이끌어내는 대성과를 거두었다.
판정 당시 기준 약 1600억원의 배상 위험을 무력화시킨 이 사건 역시 피터앤김의 정교한 법리 분석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논리를 끈질기게 전개하여 영국 재판부를 설득해낸 결과다.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 게일인터내셔널이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낸 국제중재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피터앤김은 포스코건설을 대리해 약 3년간의 분쟁 끝에 2022년 승소를 받아냈다.
높은 승소율을 앞세워 최근에는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중재의향서를 낸 사건에서 정부 측 대리를 맡기도 했다. 피터앤김에 따르면 그간 이 로펌이 수행해 온 국제분쟁의 규모는 평균 1조1000억원대이며 승소율은 84.1%에 달한다.
피터앤김의 명성은 대한민국 영토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2022년 말에는 중국 국영기업 자회사들이 베트남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CSID 중재 사건에서 세계적인 글로벌 로펌들을 제치고 ‘베트남 정부의 공식 대리인’으로 선임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피터앤김의 역량이 단순히 한국계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외국 정부마저 신뢰하는 글로벌 톱티어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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