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달 28일 '모두의 AI' 사업자로 SK텔레콤·카카오·KT 컨소시엄을 선정했습니다. 국산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해 국민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이달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연내 정식 출시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이른바 '국가대표 AI'를 키우겠다며 기업들을 경쟁시키기 시작한 건 지난해 8월입니다. 1년 동안 두 차례 단계평가가 진행됐고 참가팀은 5곳에서 3곳으로 줄었습니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서비스는 그 뒤에야 베타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끼리 경쟁하는 사이 AI 시장은 이미 외산에 다 내준 건 아닐까요?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입법조사처가 짚은 대목을 들여다봤습니다.
1차 평가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탈락했습니다. 이후 추가 공모를 통해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합류했고, 지난달 2차 평가에서는 SK텔레콤 70.6점, 업스테이지 69.9점, LG AI연구원 69.0점, 모티프 65.8점 순으로 점수를 받았습니다. 최하위 모티프가 빠지면서 현재 3개 팀이 남았습니다.
기술 성과는 괄목할 만합니다. 2차 평가에 참여한 4개 팀 모델은 글로벌 AI 평가 플랫폼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성능 지수에서 모두 31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글로벌 AI 모델 경쟁에서 3위권에 올라섰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탈락한 모티프의 '모티프3'는 해당 평가에서 47점을 받아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을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국회에서 지적이 나온 건 기술개발 과정 자체가 아닙니다. 정부가 모델의 기술력과 사용성을 평가하는 것과, 실제 시장에서 국민이 국산 AI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정예팀에 "시장에 나서기보다 기술 점수에 집중하라"는 유인 구조를 만든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요. 2차 평가부터 사용성 점수를 반영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기관과 이용자 평가만으로 실제 시장 경쟁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내놨습니다.
가장 뼈 아픈 지적은 여깁니다. 입법조사처는 "최고의 기술 점수를 받고도 시장 진입 시점을 놓쳐 국민에게 외면받는다면 이를 독파모 사업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최종 모델만 내놓으면 외산 AI를 이용하던 국민들이 독파모로 전환할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라고도 짚었습니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에서는 올해 상반기 챗GPT 국내 월평균 사용자가 2324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6만명 늘었습니다. 독파모가 출범한 뒤 국내 기업들이 모델 개발 경쟁을 벌이는 동안 챗GPT 이용자도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클로바X 이용률을 독파모의 성적표로 읽으면 안 됩니다. 클로바X는 독파모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서비스가 아니고 네이버클라우드는 1차 평가에서 탈락했습니다. 기업용·산업용 모델의 성과를 소비자용 챗봇 이용률만으로 재단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관련 사업에 별도 예산도 투입합니다. 과기정통부의 2027년도 예산안에는 '전국민 AI서비스 보편적 활용지원' 사업이 새로 들어갔고 2500억원이 편성됐습니다. '모두의 AI' 플랫폼에 특화 서비스를 올리고 국민의 국산 AI 이용 접점을 넓히는 내용입니다.
입법조사처는 과기정통부에 정예팀별 서비스 출시 현황과 지원 로드맵을 요구했습니다. 2025~2030년 국내 AI 시장의 국산·외산 점유율 추이와 독파모 기여도 예측 자료도 제출 대상에 넣었습니다. 국감에서는 기술 성과뿐 아니라 독파모가 실제 시장에서 국산 AI의 몫을 얼마나 넓혔는지도 따져볼 것으로 보입니다.
김 교수는 "AI 모델을 고도화하려면 결국 사용자 피드백 데이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직접 써야 어떤 답변을 선호하고 어떤 답변을 선호하지 않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다"며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은 이미 수년간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런 데이터를 확보해왔다. 독파모도 벤치마크 성능만 볼 게 아니라 사용률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 국내 AI는 사용자 데이터 측면에서 이미 격차가 너무 커졌다"고 꼬집었습니다.
독파모가 기술 경쟁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시장에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는 AI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정부의 지원이 '국산 AI를 만들었다'는 성과를 넘어, '국민이 쓰는 AI를 만들었다'는 결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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