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에서 25년째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데, '개미 한 마리도 없다는' 표현처럼 이렇게 손님이 끊긴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걱정이 돼서 밥도 잘 안 들어갈 지경입니다." (송파구 잠실동 공인중개사 A씨)
"주말에 강서구 아파트 매매 물건을 보려고 미리 부동산 중개업소에 예약했는데 약속 당일 출발하면서 도착 시간을 문자로 남겼더니 전화가 오더라고요. '예약한 게 맞냐'고 묻길래 예약한 집을 말하니까 평일에 이미 계약이 다 끝났다는 겁니다. 정신없이 바빠 미리 연락을 못 줘 미안하다는데 당황스러웠죠." (30대 직장인 B씨)
서울 부동산 시장이 '같은 하늘 아래 두 지붕'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송파·강남 등 핵심 고가주택 밀집 지역은 거래가 뚝 끊긴 반면, 서울 외곽 및 중하위 가격대 지역은 매물 소진 속도가 빨라지며 북새통을 이루는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7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9465건으로, 전년 동기(1만2448건) 대비 약 24% 감소했습니다.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며 전체 거래량은 줄었습니다. 그러나 자치구별 속내를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180도 다릅니다. 거래량이 오름세를 보인 곳은 대다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입니다.
서대문구는 거래량이 지난해 7월 331건에서 올해 717건으로 2배 이상으로 껑충 뛰며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습니다. 강서구 역시 467건에서 830건으로 급증했고, 동작구(398건→792건), 중랑구(276건→532건), 금천구(101건→144건), 노원구(648건→724건) 등도 뚜렷한 거래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대출 한도 규제 및 세제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입니다. 최근 강화된 규제 기조 속에서도 시가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6억원)가 크게 깎이지 않는 대출 한도 유지가 적용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울러 정부 출범 이후 실거주 의무 강화 등 실거주 중심의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월세 물량이 대폭 줄어들었고, 이에 따른 전월세 가격 상승이 임차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면 지난해까지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한강변 주요 지역은 냉기류가 팽배합니다. 송파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7월 1068건에서 올해 395건으로 3분의 1토막이 났고, 강남구 역시 705건에서 311건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서초구 역시 681건에서 474건으로 줄었습니다. 이 외에도 강동구(1607건→511건), 성동구(470건→156건), 마포구(424건→308건) 등 주요 선호 지역 대부분이 일제히 거래 급감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8월 거래 신고 기한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이런 현상은 8월엔 더욱 심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울 내 디커플링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과 고금리 이슈 등으로 강남 3구는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영향권에서 벗어난 서울 중하위 지역 및 경기 남부지역은 양호한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서울 중하위 지역은 대부분 무주택자의 매수가 주를 이루는 만큼 서울 내에서의 현재 디커플링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