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애초에 장관직 고사했어야"…與 내부서 '사퇴론' 분출 [여의도는 지금]

입력 2026-09-05 09:00   수정 2026-09-05 09:23

"용혜인, 애초에 장관직 고사했어야"…與 내부서 '사퇴론' 분출 [여의도는 지금]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비토론이 여야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장관 지명 첫날 기본소득당 측이 한국경제신문에 입각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국회의원의 장관직 겸직은 헌법과 국회법이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권에서 ‘비례대표 의원의 입각’은 오랜 기간 의원직 사퇴로 귀결돼 왔다. 지역구 의원 상당수가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입각하는 것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에게 사퇴가 사실상의 관례로 자리 잡은 데는 의석 승계 제도의 차이와 원내 역학, 의원실의 현실적 기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의석 승계 구조의 차이다. 지역구 의원이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당으로서는 의석을 잃을 위험이 있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데 사회적 비용도 든다. 반면 비례대표 의원은 사퇴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소속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상 다음 순번이 의석을 승계한다. 원칙적으로 당의 전체 의석수에는 변화가 없고 별도의 보궐선거도 필요하지 않다.
장관으로 간 의원실은 '개점휴업'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지 않고 장관직을 겸하면 본회의 표결과 상임위원회 활동 등 일상적인 의정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해당 의원이 장관직 수행에 전념하는 동안 국회의원 한 석의 기능이 상당 부분 제약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후순위 후보에게 의석을 넘겨 입법부의 상시 표결권을 온전히 가동하는 것이 정당의 실리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에도 부합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의원회관의 현실도 비례대표 의원의 사퇴론에 힘을 싣는다. 장관에 취임하면 의정 활동의 핵심인 상임위 질의와 국정감사 등 행정부 견제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정책 보고나 정무 대응 등 장관 업무는 소관 부처 공무원과 장관 정책보좌관 등이 담당한다. 지역 행사와 민원 관리, 지역 예산 확보 등의 업무가 남아 있는 지역구 의원실과 달리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실은 의원의 입각과 함께 역할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입법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세비와 보좌진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 민주당 보좌관은 “의원이 장관으로 가는 의원실은 회관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곳”이라며 “급여는 보장되는 반면 업무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도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만으로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직능과 사회적 약자, 전문 분야 등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다. 비례대표 의원이 행정부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의석을 유지하면 해당 의석의 입법 기능이 약화되는 동시에 후순위 후보자의 원내 진입 기회도 차단된다. 비례대표 의석을 개인에게 귀속된 권리가 아니라 정당과 유권자가 부여한 대표권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00년부터 이어여 온 관행
이 같은 관행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이어져 왔다.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김한길 의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되자 “국무위원직에 전념하겠다”며 전국구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간호 분야 전문가인 김화중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고 후순위 후보에게 의석을 넘겼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내세운 것은 ‘소수정당의 현실’이다. 그 이면에는 의원직을 내려놓을 경우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원내 의석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용 후보자는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후보로 국회에 입성한 뒤 제명 형식으로 기본소득당에 복귀했다. 22대 총선에서도 범야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두 차례 모두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의 후보 명부를 통해 당선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당선 방식이 이번에는 의원직 승계의 딜레마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하면 당선 당시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에 있는 후순위 후보가 의석을 승계한다. 용 후보자가 사퇴해도 기본소득당 인사가 의원직을 이어받을 수 없는 구조다. 유일한 현역 의원인 용 후보자의 사퇴는 곧 기본소득당의 원외정당 전락을 의미한다.

용 후보자가 입장문을 통해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를 기본소득당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퇴하면 당이 원외정당이 된다”며 양해를 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기본소득당은 올해 3분기까지 정당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합쳐 총 3억3582만원을 수령했고, 4분기 지급액까지 더하면 연간 4억3000만원 안팎의 국고 지원을 받게 된다. 원내 의석을 잃은 뒤 법정 득표율 요건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원외 전락 걱정됐으면 수락 말았어야"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바로 이 대목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관직 수행과 국회의원으로서의 대표 기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유튜브 방송 ‘홍사훈쑈’에서 “원외정당 전락이 문제라면 애초에 장관직을 수락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전 의원은 “원내에서 기본소득당의 정책이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의석이 필요하다면 국회에 남아 있어야 했다”며 “여러모로 모양새가 안 예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도덕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배우자를 당직자로 임명해 월 3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당직자를 보좌진으로 채용한 뒤 이들에게 정책 연구용역을 맡겨 건당 최대 1400만원대의 지원금을 지급했다는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용 후보자 측의 해명과 별개로 공직 후보자의 이해충돌과 공정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취업과 채용, 기회의 공정성에 민감한 청년층 여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에서도 나온다.

최근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과 맞물리면서 여권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전화면접 방식,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한 40%를 기록했다. 특히 18~29세는 31%에서 25%로 6%포인트, 30대는 35%에서 31%로 4%포인트 떨어지는 등 청년층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다만 지지율 하락을 용 후보자 논란의 직접적인 결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문제에서 출발한 논란이 당 운영과 국고보조금, 배우자·보좌진을 둘러싼 의혹으로 번지면서 정부·여당의 공정성 논란을 키우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과거 여성 차별적 언더조직 활동 전력 등을 볼 때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적합한지 의문인 상황이 됐다"며 "비례대표직 사퇴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기 위해선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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