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산둥성의 소비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인구 1억명 규모의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상품을 더 많이 파는 데서 벗어나 전통산업과 관광·문화, 첨단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소비 수요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역 특산품은 식품·화장품·관광으로 영역을 넓히고, 산업용 소재와 농업은 기술을 입혀 새로운 소비재와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내수 부진 속에서 기존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여 소비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중국 지방정부와 기업의 새로운 성장 실험이라는 평가다.

1억명 안팎의 거대한 인구를 보유한 산둥성은 올 1~7월 사회소비품 소매판매액이 약 2조4000억위안(약 48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관광객은 5억3000만명, 관광수입은 6592억9000만위안에 달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122만3000명으로 44% 늘었다.
숫자보다 눈에 띄는 건 소비를 만드는 방식의 변화다. 대표적인 곳이 허쩌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1500년 재배 역사를 가진 허쩌 모란은 과거 관상용 꽃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연간 생산액 130억위안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현지 기업들은 모란의 꽃과 뿌리, 씨앗, 꽃술을 모두 활용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꽃은 관상용으로 팔고 뿌리는 약재로, 씨앗은 기름으로 가공하며 꽃술은 차, 꽃잎과 뿌리껍질은 화장품 원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모란 산업이 기존 꽃 판매에서 바이오·화장품·식품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한 예로 허쩌의 궈즈윈도자예술은 모란을 문화소비 상품으로 바꿨다. 20여개 공정을 거쳐 만드는 전통 모란 도자를 장식품만이 아닌 귀걸이와 반지, 족자 등으로 확대했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디자인을 입히며 오래된 수공예를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끌어냈다.

이같은 제품 인기는 관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생산라인과 털당나귀 사육기지, 중국 아자오 박물관, 둥어구청 관광지를 하나의 산업관광 코스로 융합했다. 지난해 이 일대를 찾은 관광객은 100만명을 넘어섰고 주변 호텔·외식 소비 1억~2억위안, 아자오 제품 판매 1억위안 이상을 창출했다.

첨단기술 역시 산둥성 소비 생태계의 또 다른 축이다. 신화실리카겔은 30년 넘게 산업용 흡착제와 건조제를 만들던 기업이지만 반려동물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18년 고양이 소변의 산성도 변화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스마트 실리카겔 고양이 모래를 개발했다.

현재 제품은 90여개 국가·지역에서 판매되며 세계 실리카겔 고양이 모래 시장 점유율이 약 40%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1억1000만달러였다. 전통 소재기업이 기술을 앞세워 소비재 기업으로 변신한 사례다.

중국 경제 매체 경제관찰보는 "산둥성의 실험은 소비 확대가 할인이나 유통망 확충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전통산업의 재해석과 과학기술, 관광·문화의 결합을 통해 하나의 상품에서 여러 소비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이안=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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