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초짜' 공무원이 한다고"…12월 앞두고 사장님 '부글부글'

입력 2026-09-06 17:45   수정 2026-09-06 18:36

올해 말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 노동 분야에서 검찰 통제를 받지 않는 ‘사법경찰권’을 가진다.

고용노동부 노동감독관 등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찰의 개별 사건 지휘·감독권을 사실상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과 노동감독관 기능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지방노동감독관 제도가 오는 10월과 12월 잇달아 시행되기 때문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는데 노동감독관의 질은 크게 떨어져 임금 체불, 작업장 안전 관리, 쟁의행위같이 근로자 생존권과 경영 활동에 직결되는 노동 분야의 감독 체계가 허술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고용노동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2월부터 지방노동감독관 신분을 겸하는 지자체 4급 부서장이 지방 노동감독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지방노동감독관은 지역 밀착, 현장 중심 감독을 목표로 노동감독권을 고용노동부에서 지자체로 넘기는 제도다.

노동감독권은 경찰이 아니라 행정 공무원에게 특정 분야 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권이다. 결과적으로 4급 공무원 인사권과 지휘권을 가진 지자체장이 검찰 통제를 받지 않는 ‘노동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감독관은 임금 체불, 산업재해 같은 민생 사건부터 쟁의·부당노동행위 등 기업 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노동사건을 맡는다. 지금까지 노동사건 수사는 고용노동부 소속 감독관이 전담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 미흡한 부분은 검찰의 보완수사 지휘로 보강했다. 지방노동감독관 제도를 시행하면 노동 사건과 수사 경험이 전무한 지자체 일반 공무원이 관련 사건을 맡게 된다.

김 의원은 “전문성이 부족한 지방 공무원에게 충분한 준비 없이 노동 감독을 맡기면 미숙한 행정·수사력으로 인해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부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부족' 5년 미만 감독관 급증…작년 사건 78% 아직 '수사중'
지자체장에 사건 지휘·인사권…"부당한 개입 차단장치 필요해"
“최근 외주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인 우리 회사를 파견법 위반으로 신고했습니다. 파견법 위반 주체는 원청이 아니라 외주업체인데도 3년 차 노동감독관은 ‘기소 의견’(위반 혐의 있음)으로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검찰에서 무혐의가 나왔지만 변호사 비용 등 부담이 컸습니다.”(조선업체 노무 담당 임원)

“산업재해 조사를 나온 젊은 노동감독관이 현장 직원에게 기초적인 전기 관련 지식을 묻는 걸 봤습니다. 업주 입장에선 전문성이 떨어지는 감독관이 기소를 하면 일단 불신하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전기설비 업체 대표)
◇감독관 셋 중 한 명이 ‘1년 차’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특별사법경찰관인 노동감독관 규모는 2024년 3100명에서 2025년 4100명, 올해 5100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올해 6월 현재 근로기준감독관은 2232명, 산업안전감독관은 1563명에 달했다. 행정부 소속 특사경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2021년 1만7881건이던 노동 사건이 지난해 2만2737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감독관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새 정부 들어 임금체불 강력 단속을 선언한 것도 감독관을 늘린 이유다.

하지만 감독관을 급하게 늘린 결과 올해 2월 기준 산업안전감독관 1216명 중 1년 미만 경력자가 428명에 이른다.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5년 미만 감독관은 866명(71.2%)이다. 노동감독관 2050명 중 5년 미만은 1152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노동 사건은 급증하는데 경험이 풍부한 감독관은 적다 보니 수사 적체가 심각하다. 2024년 접수된 중대재해 사건 532건 가운데 수사 중인 사건이 413건(77.6%)에 달한다.

지금까지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노동감독관이 놓친 부분을 이중으로 보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 검찰의 개별 사건 지휘·감독 기능이 사라지는데도 현장의 잘못된 판단을 걸러낼 내부감시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검찰 송치 이후 기소·불기소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 사건 관계자가 노동감독관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 단계다.
◇“지자체장 외압 차단 시급”
현재는 중앙정부가 지방노동청장을 임명하고, 감독관을 순환 배치한다. 오는 12월부터 지방 노동사건을 지방자치단체의 4급 공무원이 책임지는 지방노동감독관 제도를 시행하면 지방 감독관에 대한 지자체장의 외압과 지역 사업주와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지적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방감독관제도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월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근로감독 권한위임 실행체계 설계를 위한 사전기획’ 연구 보고서는 지방근로감독 제도의 최대 위험 요인을 ‘지자체장 등 인사권자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부당한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연구 보고서는 “지역 사업주와 학연·지연 등을 통한 유착 가능성을 비롯해 선거를 의식한 감독 조절, 지자체장 성향에 따른 감독 편차 등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외압을 막기 위한 ‘외압 신고 핫라인’을 설치해 지방 감독관이 부당한 지시를 받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직접 보호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지방 감독관을 ‘전문직위’로 지정해 3~5년 동안 타 부서로 전보하지 못하도록 하고, 위반하는 지자체에 정부 재정 지원 축소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는 지방 공무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할 때 대부분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베테랑 노동감독관을 각 시·도에 파견하고, 지자체장에게 부당한 수사 개입은 직권남용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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