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의 꿈이 된 순간, 나는 다시 시작된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평가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그녀는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 속에서 흔들린다. “이 정도면 많이 버틴 거지, 여자가 야구해서 뭐가 된다고 그래. 이제 그만 둬.” 애써 외면했던 주변의 따가운 말들이 의식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순간, 결국 홈런을 허용한다. 경기가 끝난 후 더그아웃에 홀로 앉은 그녀의 마음에도 의심이 싹튼다. ‘이제 포기해야 하는 걸까’.
그 순간 한 아이가 다가와 “저도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말과 함께 박카스 한 병을 건넨다. 한 모금의 활력과 한 마디의 응원에 꺾일 뻔한 의지에 다시 힘이 차오른다. 포기하지 않고 지켜온 꿈이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됐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그 꿈은 ‘나를 재생하는 힘’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박영초·정한나 감독이 ‘제13회 박카스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초단편 영화 ‘누군가의 꿈이 된 순간’은 단 29초의 러닝타임으로 용기를 북돋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작품은 1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기존 대중에게 친숙한 박카스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면서도, 아이디어와 캐릭터 설정 등 기획력이 돋보이는 영화적 서사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한나 감독은 “영화감독을 꿈꾸면서도 최근 번아웃(정서적 탈진)으로 멈춰있었다”면서 “이번 영화제에 참가하면서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영화제는 동아제약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했다. 지치고 피로한 일상에 활력소가 되는 박카스처럼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는 영화를 선보이자는 취지로 2014년 시작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가운데 최근 숏폼 콘텐츠 흐름과 맞물려 연출과 촬영 등 창의적 역량을 지닌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는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주제는 ‘나를 재생하는 힘’이었다. 지난해 ‘올여름, 피로를 박살 내는 나만의 방법’을 주제 삼아 무더위 피로회복에 초점을 맞췄던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삶의 활력을 되찾는 박카스의 역할로 의미를 키웠다. 단순한 피로회복제를 넘어 일상의 성취를 끌어올리는 ‘액티베이터’를 강조하는 브랜드 지향점을 예비 영화인의 시선으로 풀어보려 한 것이다.지난 7월 6일부터 8월 6일까지 공모를 받은 이번 영화제에는 일반부 764편, 청소년부 170편, 홍보·메이킹필름 68편 등 1002편이 응모했다. 747편이 모인 지난해보다 출품작이 대폭 늘었다. 이 중 통합 대상과 일반부 6편, 청소년부 4편 등 모두 11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조아라·이홍림·유예흔·김지유 감독이 공동 연출한 ‘우주의 재생도, 시작은 박카스!’가 받았다. 이 작품은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청년 영화인 세 명의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끝없는 생각의 재생’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상상을 시각화하는 등 인식을 뒤엎은 독특한 형식미가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정호규 감독의 ‘한창 고민 많을 나이’가 받았다. 19살 수험생의 고된 하루에 박카스가 열정의 불을 지핀다는 내용으로,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대상 900만원을 포함해 총 3000만원의 상금과 상품, 상패가 수상자들에게 주어졌다. 시상은 백상환 동아제약 사장과 조일훈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맡았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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