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본의 아니게 개인적인 이슈로 논란이 생긴 것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i>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팔 문신을 그대로 드러내 논란이 된 김진서 기본소득당 청년최고위원 겸 부대변인은 지난 9일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틀 전 국회 소통관에 반소매 차림으로 나타나 왼팔의 커다란 꽃무늬 문신을 노출했던 김 부대변인은 이날에는 긴팔을 입고 나왔다.
그러면서도 김 부대변인은 "작년에 타투가 합법화된 만큼 조금은 더 진취적인 논의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신은 개인의 자유라는 취지다.
실제 법의 시선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문신사법을 제정했다. 2025년 10월28일 공포된 이 법은 2027년 10월29일부터 시행된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문신사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업소 등록과 위생·안전 기준 등을 마련해 문신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는 게 골자다.
지난 5월에는 대법원도 34년 만에 판례를 바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적인 미용·서화문신을 비의료인이 시술했다고 해서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92년부터 이어진 '문신=의료행위' 판례가 뒤집힌 것이다.
◇ "문신 때문에 결혼 힘들 것 같다"…'믿거문' 한국 사회
법만 보면 문신을 둘러싼 장벽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의 마음속 장벽도 그만큼 낮아졌을까.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2022년 자신을 SK하이닉스 직원이라고 밝힌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학창 시절에는 '모범생'으로 지냈고 괜찮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대학 입학 후 신나게 놀면서 문신을 몇 개 했다고 밝혔다. 이후 결혼을 앞두고 남자친구 부모와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문신을 들켰다고 한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남자친구 부모가 문신을 보고 "이게 뭐냐"고 물었고, 이후 남자친구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게 작성자의 설명이다.
결국 남자친구에게서 그는 "결혼은 힘들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해당 사연은 잊을만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재소환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개인의 주장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별도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문신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소개팅에서도 비슷한 사연은 끊이지 않는다. 소개팅 상대가 카페에서 겉옷을 벗자 팔뚝의 문신과 레터링이 보여 마음이 식었다는 글, 만나기 전 카카오톡 사진에서 문신을 확인한 뒤 소개팅 자체를 거절했다는 글 등이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이따금 올라온다.
온라인에서는 아예 문신한 사람을 피한다는 의미의 '믿고 거르는 문신', 이른바 '믿거문'이라는 표현까지 생겼다. 단순한 인터넷 은어로 치부하기 어렵다. 지난해 국내 학술지에 실린 '한국 사회의 몸 문화와 불화하는 타투' 논문은 "'타투한 사람은 믿고 거른다'라는 문장은 현재 타투 담론을 대표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에서 타투가 단순한 몸 장식이 아니라 그 사람을 평가하는 일종의 '브랜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 10명 중 8명 "관대해졌다"면서…66%는 "불량·무섭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1년 전국 만 19~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80.1%가 '타투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고 답했다. '타투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응답도 2014년 54.0%에서 2021년 68.5%로 높아졌고, '패션 아이템'이라는 답 역시 49.8%에서 61.0%로 증가했다.그러나 문신을 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달랐다. 같은 조사에서 문신을 한 사람을 보면 '날라리·양아치'가 떠오른다는 응답이 약 45%, '조폭 등 불량배'를 연상한다는 답도 약 44%에 달했다.


보다 최근 조사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한국리서치가 2023년 전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문신이나 문신한 사람을 보면 '불량하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는 응답은 66%였다. 문신 문화에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20대와 30대에서도 각각 58%, 61%에 달했다. '혐오스럽다'는 응답도 전체의 60%였다.
사회 전체가 과거보다 문신에 관대해졌다고 느끼는 것과 문신한 개인에게 어떤 인상을 받느냐가 서로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인식의 뿌리에는 한국에서 문신이 오랫동안 조직폭력 문화와 연결돼온 역사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용이나 잉어, 도깨비 등을 몸의 넓은 면적에 새기는 일본식 '이레즈미'는 일본 야쿠자뿐 아니라 국내 조직폭력배를 상징하는 외형으로 대중매체에서 오랫동안 소비됐다. 실제 국내 문신 혐오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타투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에 '조폭'과 '양아치' 이미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강력범죄 피의자의 문신이 공개될 때마다 이런 인식이 다시 강화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2024년 순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의 신상이 공개된 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목 문신은 요주의 인물'이라는 글이 올라와 하루 만에 10만건 이상 조회되고 1200개가량의 추천을 받았다. 당시 범죄심리 전문가도 목 정면의 문신은 보는 이에게 공포를 유발하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 내 자녀 문신엔 "안 돼"…공적인 자리엔 더 엄격
문신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는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보수적으로 변한다. 엠브레인의 2018년 조사에서 비교적 가벼운 문신을 자녀가 한다면 허락하겠다는 응답은 24.6%에 그쳤다. 배우자의 문신을 허용하겠다는 비율은 30.2%, 애인은 34.0%였다. 과거보다 긍정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당시 70.9%가 '과거보다 타투에 관대해졌다'고 답했던 것과 다소 대비된다. '남이 하는 것은 자유지만 내 가족은 싫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공적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문신의 크기와 관계없이 초·중·고교 교사는 문신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63%,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는 61%, 대학 교수는 53%였다.


연예인과 운동선수는 상대적으로 허용도가 높았지만 TV 방송에 등장할 경우 문신을 가려야 한다는 응답은 두 직업군 모두 66%였다.
국내 방송에서 연예인의 문신을 테이프로 덮거나 모자이크하는 관행도 이 같은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방송에서 문신을 반드시 가리도록 정한 별도 법률은 없다. 방송심의 규정에도 '문신 노출 금지'라는 명문 조항은 없다. 다만 과거 방송심의 과정에서 청소년 보호나 수용 수준 등을 이유로 문신 노출 프로그램에 행정지도가 내려진 사례가 있었다. 방송사들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문신을 가리는 관행을 이어온 측면이 있다.
문신이 방송에 노출된다고 청소년이 곧바로 문신을 하게 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유명인의 문신이나 대중매체의 반복적인 노출이 문신에 대한 친숙도와 자기표현, 모방 행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는 있다.
성인의 자기표현은 존중하되 청소년에게까지 굳이 이를 미화하거나 모방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이 오랫동안 방송 관행에 영향을 미쳐온 셈이다.
◇ 정말 '남들과 다른 사람'이 문신 많이 하나
그렇다면 문신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실제로 어떠할까. 해외에서는 이를 직접 조사한 연구가 상당수 있다. 주로 등장하는 개념은 '관심 끌기'가 아니라 심리학에서 말하는 '독특성 욕구'(Need for Uniqueness)다. 쉽게 말해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성향이다.2012년 독일어권 성인 540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문신 보유자가 문신이 없는 사람보다 외향성과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성향, 독특성 욕구가 통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집단 간 차이의 크기가 대체로 작거나 중간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1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문신이나 피어싱 등 신체 변형을 한 사람의 독특성 욕구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신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독특성 욕구가 높아지는 관계도 나타났다.
이를 두고 '문신한 사람은 관종'이라거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대학생 1375명을 조사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문신 보유자의 독특성 욕구가 높고 친화성과 성실성이 다소 낮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연구진은 실제 설명력은 매우 작아 현실적인 차이는 미미하다며 문신 보유자에게 병리적 특성을 부여하는 데 주의를 당부했다.
연구들이 보여주는 것은 문신 보유자가 평균적으로 '남들과 다르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는 성향을 조금 더 강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정도다.
◇ 1300만명 이용·1조원대 시장
사회적 거부감이 여전한 것과 별개로 관련 시장은 이미 거대해졌다. 한국타투협회는 국내 문신 시장 규모를 반영구화장 약 1조원, 일반 타투 약 2000억원 등 총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다. 최근 정부 연구에서는 반영구화장 경험자를 약 1300만명, 서화문신 경험자를 약 300만명으로 보는 추산도 나왔다.문신사법 시행을 계기로 시술뿐 아니라 자격·교육·위생관리 등 연관 시장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오는 10월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국내 문신사들이 실력을 겨루는 '2026 소상공인 기능경진대회 제3회 PTS 문화예술대전'이 열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소상공인연합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는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후원 기관으로 참여한다.
특히 올해는 문신사가 직접 작업한 모델과 함께 출전해 디자인 구성과 예술성, 창의성, 시술 완성도를 평가받는 '타투 콘테스트'도 신설됐다. 복지부장관상과 중기부장관상 등 중앙부처 장관상도 수여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문신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신사법이 시행되면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한 문신사는 일정한 위생·안전 기준 아래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도 최근 문신업소 시설과 시술자의 위생·안전 기준 등을 담은 '문신 시술 표준지침'을 마련하며 제도 시행 준비에 들어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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