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건전지야.'
그림책 '건전지 엄마'의 첫 장을 장식하는 문장이다. 자식을 위해 온 힘을 쏟아내는 열정적인 엄마의 삶을 건전지에 빗대어 표현한 이 책은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들에게도 강한 여운을 남기며 '교육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며 '착한 책'으로 인정받았다.
어린이집 선생님인 동구 엄마, 그리고 그 곁에서 체온계·비눗방울 장난감·전동거품기·폴라로이드 등에 들어가 힘을 내는 건전지 엄마의 모습을 나란히 비추며 가족 간의 존중과 사랑을 극대화하는 작품. 작가 부부인 강인숙·전승배는 한 호흡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따뜻한 내용을 완성했다.
'건전지 엄마'가 그림책의 감동을 넘어, 자녀와 팔을 붙이고 앉아 1시간 동안 직접 체온과 감정을 나누는 교류의 장을 연다. 뮤지컬화를 통해서다. NHN링크가 제작을 맡아 내년 1월 개막을 목표로 준비가 한창이다.
특히 이목을 끄는 건 '서방님', '오래오래', '키친' 등의 곡을 히트시켰던 가수 이소은이 작가로 나선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이소은 작가와 오선화 NHN링크 콘서트사업팀 부장 겸 '건전지 엄마' 프로듀서를 만나 작품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소은 작가가 뮤지컬 대본을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건전지 엄마' 합류 의사를 내비친 쪽은 이 작가였다고 한다. 그는 약 2년 전 오 프로듀서를 통해 건전지 시리즈를 처음 접했다. 당시 오 프로듀서는 4살 딸이 읽으면 좋아할 내용이라며 책을 건넸다고 했다.
이 작가는 그때를 떠올리며 "읽자마자 그다음 날 바로 전화해서 대본을 내가 쓰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트리트먼트(줄거리) 작업을 했다.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 장면들이 나올지 이상할 정도로 잘 그려지더라"고 전했다.
이후 먼저 공연화 된 뮤지컬 '건전지 아빠'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고. 이 작가는 "'건전지 아빠'의 극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건전지 엄마' 트리트먼트 작업을 한 건데, 두 공연이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연이 끝난 뒤에 프로듀서님에게 전화가 왔고, '좋다. 같이 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오 프로듀서와 이 작가는 2012년 콘서트 작업을 함께하면서부터 연을 이어온 사이다. 오 프로듀서는 이 작가의 러브콜을 "전혀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놀랍진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간 봐온 소은이는 워낙 호기심이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꽂히면 파고드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글 쓰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 작가는 가수로 활동하다가,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한 이력이 화제가 됐던 바다. 고려대학교 영문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주 변호사로 일했고,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뉴욕지부 부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웬 가족뮤지컬이냐 싶겠지만, 사실상 이 작가의 최근 커리어를 되짚어보면, 그는 '건전지 엄마' 작가로서 적임자였다.
이 작가는 지난해 동시를 음악으로 해석한 앨범 '이소은 시선 - 노트 온 어 포엠'을 발매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에세이와 칼럼니스트로 글 쓰는 일도 계속 이어왔다.
오 프로듀서는 '이소은 시선 - 노트 온 어 포엠' 앨범을 언급하며 "이 작가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맞아떨어졌다. 아이들과 부모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특히 이 작가는 단순히 '이거 한번 해볼래'가 아니라,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알고 행동하는 친구라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14년째 인연을 이어오며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비슷한 시기에 해온 두 사람의 서사는 '건전지 엄마'를 만나 더욱 시너지가 났다. 현재도 이들은 '건전지 엄마'를 매개로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 작가는 "건전지 엄마라는 캐릭터를 통해 엄마라는 양육자의 다양한 면을 봤다. 아이를 위해서 힘을 쏟을 때도 있고, 그러다 방전될 때도 있다. 거기서 공감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 프로듀서는 "처음에 동구 엄마의 일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거창한 게 아닌 아주 일상적인 장면이다. 건전지 엄마도 거창하진 않지만, 일상을 지탱하는 존재다. 보이지 않는 엄마들의 노력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집이 배경이라는 점은 작품이 지닌 메시지를 더욱 깊고 넓게 확장하는 요소다. 오 프로듀서는 "작업의 첫 시작은 원작자분들과의 미팅이다. 이 작품을 왜 쓰게 됐는지, 각 장면에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를 이야기한다"면서 "원작자분들도 부부이지 않나. 아이를 키우면서 작업을 해온 거라 어린이집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고마워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나 역시 그랬다"면서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유치원,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같이 키워준다. 그분들도 본인의 아이가 있는데, 일터에서 또 다른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거다. 어찌 보면 우린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고, 서로 도움을 받아서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킹맘', '전업맘'이라는 단어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구분을 하지 않는 시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작 '건전지 아빠'는 아이들만 즐거운 아동극에 그치지 않고, 온 가족이 따뜻함을 품고 갈 수 있는 가족뮤지컬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이번 '건전지 엄마'의 목표 역시 동일하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1시간'을 만드는 걸 지향한다.
이 작가는 대본 맨 위에 노자의 말을 적어두고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깊이 사랑받는 것은 힘이 되고,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면 용기가 생긴다'라는 문구였다.
그는 "용감한 엄마의 이야기이지 않나. 우리도 모두 두렵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못 할 게 없다는 건 곧 용기인 거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해내는 원천은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누구나 '이게 맞는 길인가'라면서 자신을 의심한다.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못 하는 게 없어'라고 하지만, 못 하는 게 많은 엄마도 동시에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들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싶은 것"이라면서 "아이가 '우리 엄마 열심히 하고 있구나,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라고 알려주는 것도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도로 각 캐릭터의 성장 곡선을 그리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이 작가는 "작위적이지 않도록 일상에서 이루어내는 작은 성장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오 프로듀서는 "전작 '건전지 아빠' 후기에 '아이를 보여주러 왔는데 엄마·아빠가 더 감동했다는 내용이 많았다. 아이들도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같이 온 아빠들이나 아이들이 '엄마도 그랬어?'라고 물으며 엄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이해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를 들은 이 작가는 "엄마들도 '우리 잘하고 있어'라며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생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K컬처의 화려함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땀방울이 있습니다. 작은 글씨로 알알이 박힌 크레딧 속 이름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밖의 이야기들. '크레딧&'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크레딧 너머의 세상을 연결(&)해 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