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군(くん)'이라고 불리면 기분 나쁘죠."
한국에서도 한때 익숙했던 ‘군’ 호칭이 일본에서도 퇴장 수순을 밟고 있다. 젠더 중립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경계가 강해지면서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상(さん)’으로 통일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요미우리신문은 12일 자사 이용자 투고 사이트에 올라온 직장 내 호칭 논란을 소개했다. 20년 넘게 근무한 50대 여성 직장인이 최근 전근 온 30대 남성 직원을 친근감의 표시로 ‘A군’이라고 불렀다가, 상대가 이를 불쾌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이 발단이다.
이 여성은 “나이와 근속연수는 내가 훨씬 위”라며 “젊은 남성 직원에게는 ‘군’을 붙이거나 반말을 해도 괜찮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게시글에는 170건이 넘는 의견이 달렸고, 상당수는 “상대가 싫어한다면 즉시 그만둬야 한다”, “직장에서는 ‘상’을 붙이는 게 안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업무 공간에서의 거리감’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직장 동료에게 ‘군’이나 ‘짱’, 별명을 쓰는 것은 지나치게 친밀한 표현”이라는 의견과 함께 “상대가 원치 않는 호칭을 계속 사용하면 괴롭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이 별도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87%가 ‘연하 남성 직원을 군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상사·부하·동료나 나이, 경력, 성별과 관계없이 ‘상’을 붙이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반면 ‘군’을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관계성이나 직장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며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본에서 ‘군’ 호칭은 메이지 시대 이전부터 이어진 오래된 표현이다. 막부 말기 사상가 요시다 쇼인이 쇼카손주쿠 문하생들을 지위와 나이에 관계없이 대등하게 부르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이후 이토 히로부미 등이 이를 제국의회에 도입하면서 국회와 지방의회에서도 의원을 ‘군’으로 부르는 관행이 정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회와 학교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일부 지방의회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군’ 대신 ‘의원’이나 ‘상’을 쓰고 있고, 학교 역시 남학생은 ‘군’, 여학생은 ‘상’으로 구분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성별에 관계없이 ‘상’으로 통일하는 추세다.
일본 사회에서 호칭이 단순한 예절을 넘어 젠더 감수성과 직장 내 권력관계를 보여주는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친근함의 표현이었던 ‘군’도 이제는 상대의 의사에 따라 불쾌감이나 괴롭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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