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욕해봐" 말 못하더니…北, 위장취업 새 수법 나왔다

입력 2026-09-12 16:09   수정 2026-09-12 16:15

"김정은 욕해봐" 말 못하더니…北, 위장취업 새 수법 나왔다


북한이 서방 기업에 정보기술 인력을 위장 취업시키기 위해 외국인을 ‘대리 면접자’로 내세우는 수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 필터를 이용한 신원 위장이 의심받자, 실제 외국인을 면접에 투입해 기업의 본인 확인 절차를 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NBC 뉴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와 사이버보안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의 위장 취업 방식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이란, 시리아, 레바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3국 인력을 실제 구직자인 것처럼 내세워 화상 면접을 대신 보게 하고 있다. 대리 면접자가 채용 절차를 통과하면 이후 실제 업무는 북한 IT 인력이 넘겨받는 방식이다.

일부 대리 면접자는 면접뿐 아니라 시험을 대신 치르거나 기업 관계자와 직접 대면하는 역할까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정보업체 플레어에 따르면 2024년 이후 최소 14명의 이란인이 북한 IT팀의 대리 면접 인력으로 모집됐다. 이 가운데 최소 2명은 북한 측 지원자를 대신해 미국 기업의 채용 절차를 통과했고, 정식 채용 제안서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런 방식을 쓰는 것은 서방 기업의 검증 절차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화상 면접 과정에서 AI 필터를 이용해 신원을 위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은 AI 필터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원자에게 다양한 동작을 요구하거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판해보라고 요구하는 식으로 검증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외국인이 면접에 나서면 이런 절차를 피하기가 더 쉬워진다. 사이버보안업체 쿠델스키 시큐리티도 올해 북한 측 제안을 받고 면접이나 시험을 대신 본 이란, 시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개발자들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NBC 뉴스는 북한이 일부 이란인에게 대리 면접 대가로 월 500달러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대리 면접뿐 아니라 실제 업무 일부를 외국 기술자에게 외주로 맡기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 규모가 커지면서 자체 인력만으로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사이버범죄를 추적하는 보안업체 DTEX는 북한이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인도, 중남미 일부 지역에서도 조력자 모집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위장 취업에 수천 명의 IT 인력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무부 주도의 제재 감시 보고서는 북한이 이를 통해 2024년 최대 8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했다.

서방 기업의 채용 절차를 파고든 북한의 위장 취업은 단순한 취업 사기를 넘어 제재 회피와 외화벌이 통로로 지목되고 있다. AI 신원 위장에 이어 외국인 대리 면접까지 등장하면서 기업들의 원격 채용 보안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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