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5조 전기료 선납' 구상 무산"…삼전닉스 모두 '거절'

입력 2026-09-14 11:02  


한국전력이 전력망 건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제안한 약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 선납 구상이 사실상 무산됐다. 향후 5년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미리 내도록 하는 방안이었지만 기업들은 중장기 경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7월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전력망 건설 재원 확보를 위한 전기요금 선납 제안'을 전달했다.

한전이 제시한 선납 규모는 지난해 전기요금 납부액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약 20조원, SK하이닉스 약 5조원이다. 두 회사가 향후 5년간 납부할 전기요금을 미리 내면 한전이 이를 첨단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한 국가 기간망 건설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하지만 양사는 한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전은 이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전기요금 선납안에 대해 내부 검토 결과 참여가 어렵다는 답변을 회신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선납을 제안받은 기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한 기업은 없다"며 "향후 추가로 선납을 제안할 기업 역시 정해진 바 없다"고 의원실에 답했다.

한전은 그동안 대규모 전력망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자체 자금과 한전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해왔다. 이번 방안은 기업에서 전기요금을 미리 받아 전력망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5년치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한 번에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과 대외 통상 환경, 투자 계획 등 향후 경영 여건을 장기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십조원의 비용을 선집행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

한전은 선납한 전기요금에 국고채 2년물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고 이를 반기 단위로 전기요금에서 차감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납금을 전력망 투자에 활용하면서 신규 사채 발행 부담도 줄이려는 취지였다.

한전의 재무 부담은 여전히 크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이며 하루 이자 비용은 약 115억원에 달한다.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였던 사채 발행 한도를 최대 5배까지 늘린 정부 특례도 내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 의원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추진된 전기요금 선납 제안과 관련해 사실상 기업 참여가 불발된 만큼 기업의 전기요금을 수십조원씩 미리 받겠다는 구상 자체가 현실성이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외 통상환경이 녹록지 않고 투자 여건도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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