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들의 고민이 늘어났다.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할 땐 장밋빛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시장에 대한 의심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는 시장 수급에서 명확히 나타난다. 상반기 코스피에서 약 100조 원을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급락 후 반등 구간에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 변동성 장세에 지친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중동의 지정학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는 다시 100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주요국 재정 증가와 물가 우려에 따른 고금리는 주식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빅테크들의 투자가 지속 가능한지,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피크아웃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심이 높은 상황이다.
빅테크 수장들은 다르게 본다
시장이 조정 받을 때마다, 지금의 인공지능(AI) 사이클을 2000년 닷컴 버블과 비교하는 경우도 있다. 빅테크들의 AI 투자 증가로 잉여현금흐름(FCF)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1990년대 대비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재무 상태는 견고한 상황이다. 지금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 확대는 생존을 위한 군비 경쟁이다. 투자를 줄인다는 것은 “이번 AI 경쟁에서 스스로 도태되겠다”고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은 과연 시장을 떠나야 할 때인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AI 시장에 대한 판단은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의 발언이 정확하다고 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범용인공지능(AGI) 시대 도래를 선언하며, 메모리 공급 제약만 없다면 엔비디아의 내년 매출 성장은 100%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금 AI가 가져올 변화는 마치 인터넷이 막 시작하던 시기와 같다며, 시장 조정이 발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AI가 최고의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내년 글로벌 반도체 수요는 최소 50% 이상 증가하는데, 공급량은 늘어나는 게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금 주식 시장에는 하반기 반도체 가격 상승 속도 둔화(약세론)와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에 따른 실적 안정성 증가로 밸류에이션 재평가(강세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투자자들은 AI 피크아웃을 걱정하는데,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은 현재 AI 사이클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필자는 최근 한국 메모리 반도체 빅2(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주 환원 발표가 과거 사이클 시기와 다른 이정표라고 생각한다.

한국 증시가 그동안 저평가를 받아 온 데는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우리 시가총액 상위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의 구조적 약점이 컸다.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대규모 시설 투자와 고정비가 높은 제조업의 비중이 높다 보니, 글로벌 경기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호황기에 돈을 벌더라도, 불황기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불가피했다. 내부 유보 현금 증가는 자기자본수익률(ROE) 하락을 불러왔고, 이는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할인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section data-testid="conversation-turn-16" data-turn="assistant" data-turn-id="request-6aa746d9-83ac-83e8-8789-615846e9cceb-7" data-turn-id-container="request-6aa746d9-83ac-83e8-8789-615846e9cceb-7" dir="auto">반도체 주주 환원, 저평가를 바꿀 이정표

미국 증시가 장기 우상향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혁신 기업들의 성장과 선진화된 주주 환원 정책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가총액 상위 빅테크 기업들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를 꾸준히 펼쳤다. 반면, 한국 증시는 일부 기업들의 중복 상장과 불투명한 주주 환원 등으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제도적 보완과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로 글로벌 투자자 눈높이에 맞춘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가 현실화된다면, 올해 글로벌 영업이익 2, 3위는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총 1위 엔비디아와 영업이익 체력은 비슷해졌는데, 시총은 엔비디아의 15~20% 수준에 불과하다. 이익 안정성이 높은 미국 빅테크와 실적 변동성이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밸류에이션을 같은 관점에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장기공급계약을 통한 실적 변동성 축소와 예측 가능한 주주 환원 정책이 지속된다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상대 저평가는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AI 방향성에 변한 것은 없다. 변한 것은 빠진 주가를 보면서 흔들린 투자자들의 심리일 뿐이다. 투자는 좋은 산업과 기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요소를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변동성이 높아진 주가에 흔들리기보다, 현재 AI 산업의 큰 트렌드와 방향성을 읽고 긴 안목에서 투자에 임하는 것이 좋겠다. 대중의 확신이 뜨거울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고, 큰 수익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비관의 끝에서 태어난다는 시장의 격언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신승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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