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에서 미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가 2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초강세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낙관론이 다시 퍼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다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마이크론이 기대를 웃도는 가이던스(전망치)를 내놓을 경우 국내 반도체주에도 강한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 분석으로 월가에서 유명한 투자은행(IB)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이틀 앞두고 목표주가를 2000달러로 제시했다. 이날 마이크론 종가 1053.98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90%의 상승 여력을 제시한 셈이다. 야후파이낸스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1520달러다.
루리아 연구원은 AI 모델의 성능 향상에 메모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수요에 비해 공급 확대는 최소 1년 이상 뒤처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현재 마이크론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7배에 불과하다는 점을 꼽았다. AMD와 인텔이 PER의 40~60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며 마이크론의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야후파이낸스는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D램 수요가 공급을 계속 앞지르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마이크론뿐 아니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 힘입어 메모리 생산 능력이 사실상 소진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는 "마이크론이 엔비디아를 제치고 미국 증시 전체에 더 강력한 영향력을 증명할 잠재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마켓워치는 마이크론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을 제치고 S&P500 상장사 전체 이익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조사기관 시포트리서치의 예측을 전했다. 마이크론의 6~8월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동기 대비 940% 증가했을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평균 추정치가 근거로 제시됐다.
자산운용사 디렉시온의 제이크 비핸 연구원은 마켓워치에 "마이크론과 같은 특정 기업에 시장의 주도권이 집중되면 실적 발표는 증시 전체에 큰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AI 시장의 성장 둔화,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등 변수가 등장하며 투자가 단기간에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AI 버블 붕괴' 우려가 고개를 든 상황이다.
JP모간도 한동안 조정을 겪은 뒤 주춤하던 반도체와 AI 관련주 주가에 다시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JP모간은 보고서를 내고 "최근 주가 조정으로 AI 기술주의 투자 가치가 높아졌다"며 매수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JP모간은 AI 데이터센터에 투자 위축 우려가 떠올랐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탄탄한 성장세를 고려한다면 관련 시장에 자본 지출이 꾸준히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양호한 수준의 기초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JP모간은 "마이크론이 호실적을 발표한다면 내년에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최소 2028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JP모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가 기술주 투자심리 회복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미슬라브 마테이카 JP모간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술주가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증가는 증시 전반에 분명한 상승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및 다음 회계연도 매출과 이익 전망치를 제시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국 증시 전반에도 반등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마이크론이 다소 보수적 수준의 실적 전망치를 내놓거나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세 둔화를 예측한다면 코스피 지수에 재차 하방압력을 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한국시간으로 다음달 1일 오전 5시30분 2026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한다. 앞서 4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제시한 490억~510억달러를 웃돌지가 관심을 끈다. AI 서버 투자 확대 속 메모리 수요의 지속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마이크론의 발표는 향후 메모리 업황의 향방을 가늠할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이던스를 웃돌면 AI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6월 3분기(3~5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 이후에도 메모리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며 AI 수요가 견조함을 강조한 바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memo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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