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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하나로 매출 2700억"…루저 김대리의 '인생 역전' [씬메이커]

입력 2026-09-29 22:00   수정 2026-09-29 22:13

"떡볶이 하나로 매출 2700억"…루저 김대리의 '인생 역전' [씬메이커]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지금도 제 본업은 '떡볶이 동호회 회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만 250개, 해외 12개국에 220개를 합쳐 총 470개 지점을 낸 연매출 2700억원 규모의 프랜차이즈 회사를 운영하는 김관훈 대표(사진)은 이 같이 말했다. 떡볶이 무한리필 프랜차이즈 두끼를 이끄는 그는 자신을 여전히 '떡볶이 동호회 회장'이라고 소개한다. 매일 떡볶이 동호회 카페에 들러 회원들 인사말을 확인하고 정보를 교류한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회사는 이미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이 많진 않다"는 김 대표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정유회사 영업 파트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 시절, '의욕 없는 김대리'가 별명이던 김 대표는 좋아하는 떡볶이를 좇아 전국을 돌아다니다 사업가가 됐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내 꿈은 푸드트럭을 몰며 떡볶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컵밥으로 유명해진 '유타 컵밥' 송정훈 대표와 함께하기로 했다. 이 여정을 방송으로 만들어 넷플릭스의 다른 음식 다큐멘터리처럼 공개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상금 2억원보다 더 벌었다"…방송 후 일정 꽉 찬 떡볶이 대표
김 대표의 떡볶이에 대한 애정과 진심은 최근 종영한 tvN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를 통해 입증됐다. 매 라운드마다 다른 떡볶이를 내놓으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이는가 하면 경쟁 셰프를 위해 설거지를 대신해주고, 재료가 모자란 상황에서 판매량을 줄이기보단 정량을 지키며 당당히 기권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우승자보다 김 대표가 더 주목받았던 이유다.


방송 이후 몰려드는 강연과 행사 초청으로 "연말까지 스케줄이 가득 찼다"는 김 대표는 "너무 힘들어서 그냥 떨어진 건데, 오히려 이슈가 됐다"며 "우승 상금이 2억원인데 제가 탈락한 이후 그 이상의 매출이 나온 것 같다"면서 웃어보였다. 처음에는 제작진 삼고초려로 "떡볶이만 해도 괜찮다"는 약속을 받고 출전했기에 이렇게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굳이 방송을 해야 하나 싶었다"면서도 "'요리'가 아니라 '장사'를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떡볶이만 하겠다"는 원칙을 방송 내내 지키면서 함께 팀을 꾸린 튀김 전문가 신종훈 대표와 메뉴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승리를 위해 더 잘 팔릴 만한 음식을 만들자는 신 대표 의견에 김 대표는 "그러면 다른 사람과 하라. 나는 떡볶이를 하겠다"고 맞섰다. 김 대표는 "제가 나간 이유는 잘 팔리는 메뉴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떡볶이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촬영은 한 번 시작하면 20시간을 훌쩍 넘겼다. 김 대표는 "기존 요리 서바이벌이 정해진 시간 안에 음식을 만들고 맛을 평가받는 방식이라면 우리는 간판부터 인테리어, 메뉴판, 식재료 조달, 원가 계산까지 가게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야 했다"며 "27시간씩 촬영한 적도 있고 수액을 맞은 뒤 이틀간 쓰러져 있다가 다음 대결을 준비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촬영을 하며 떡볶이를 요리할 때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누구보다 행복하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경연에 임했던 김 대표였다. 여기에 김 대표의 떡볶이 철학까지 더해지면서 두끼를 찾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다. 김 대표는 "미슐랭 레스토랑이나 셰프 개인 브랜드와 달리 프랜차이즈는 대표가 방송에 나온다고 소비자가 일부러 찾아갈 이유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달랐다"며 "특히 두끼를 처음 찾는 신규 고객들이 늘어난 게 긍정적"이라고 귀띔했다.
회사원 김대리를 바꾼 '떡볶이 동호회'
김 대표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직함은 '떡볶이 동호회 회장'이다. 두끼보다 역사가 깊은 떡볶이 동호회에서 만난 삼진어묵 박용준 대표와의 인연은 2020년 10월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공개된 바 있다. 동호회에서 김 대표는 '떡볶킹', 박 대표는 '어묵왕자'로 불렸다고 한다. 현재 두끼는 삼진어묵의 최대 납입처이기도 하다.

동호회 활동을 전 김 대표는 회사생활에 좀처럼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그러다 진짜 원하는 일,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몰라 방황할 때 불현듯 '떡볶이'가 떠올랐고, 전국 떡볶이집을 다니고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면서 동호회 활동에 빠졌다. 좋아하는 일을 좇아가다 보니 떡볶이가 직업이 됐고, 사업으로까지 이어졌다.

김 대표는 "회사 생활을 할 때는 '루저'였는데 신기하게도 떡볶이 일을 시작한 뒤에는 큰 실패를 겪지 않았다"며 "저와 맞지 않는 곳에 있을 때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가 달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지금도 김 대표의 하루 일과 중 중요한 부분이 동호회 커뮤니티 관리다. 회원들 가입 인사에 댓글을 달고 맛있는 떡볶이집 정보를 공유한다.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회원이 밀떡 보관법 등을 물으면 직접 답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회원끼리 모이는 것뿐 아니라 떡볶이라는 음식을 더 재미있게 알리는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연을 계속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김 대표는 지난 5년간 100회 안팎의 강연을 했다. 처음 강연장에 나갔을 때만 해도 청중 상당수가 두끼를 몰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처음에는 100명을 대상으로 강연하면 70~80%가 두끼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는 대부분 안다"며 "개인적으로 초심을 되찾는 기회인 동시에 두끼와 소비자의 접점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두끼 역시 단순히 떡볶이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한국에서는 두끼를 큰 분식점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떡볶이라는 음식을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맛 그대로 가져가면 99.9% 실패"…두끼의 역발상

이 철학은 두끼의 해외 전략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김 대표가 해외 사업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한국에서 먹던 맛을 그대로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만들어진 떡볶이를 판매하는 건, 어떻게 보면 맛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게 떡볶이니까 먹어봐'라고 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처음에는 자기 스타일대로 만들어 먹게 하고, 이후 조금씩 익숙해진다면 언젠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떡볶이의 맛을 그들도 맛보러 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끼의 핵심인 셀프 조리 방식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소비자가 떡과 소스, 각종 재료를 골라 직접 끓인다. 국내에서는 취향에 맞춰 떡볶이를 만드는 재미를 주는 방식이지만 해외에서는 낯선 음식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장치가 된다. 두끼 역시 공식적으로 다양한 재료를 소비자가 직접 조리해 자신의 스타일로 먹는 DIY 방식을 브랜드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에서 처음 만들어 먹는 것을 보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떡볶이와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처음부터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빨간 양념과 떡이라는 식재료에 익숙해지게 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선 "두끼가 일종의 한식 레스토랑"이라고 소개하며 "떡볶이라는 주제는 있지만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해외 진출에서도 현지화를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 잘되는 맛집이라고 해서 그 맛을 그대로 해외에 가져가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맛을 무조건 고수하는 방식으로 나가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300호까지만, 앞으로는 해외에서"
김 대표는 두끼의 국내 가맹점 개수를 "300개로 제한하려 한다"고 했다.

두끼는 가맹점 매출 확대가 본사 실적과 직결되는 구조다. 김 대표는 "본사가 별도의 로열티를 받아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가맹점이 장사가 잘돼 식자재를 많이 사용해야 회사도 성장한다"며 "결국 모든 포커스가 점주들이 장사를 잘하게 만드는 데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점포를 촘촘하게 늘리는 것보다 두끼를 모르는 국가에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300개, 400개를 향해 계속 출점하면 결국 기존 점주와 시장을 나눠 먹는 문제가 생긴다"며 "차라리 두끼를 모르는 나라, 떡볶이를 모르는 사람을 고객으로 만드는 게 의미가 있다"고 했다.

물론 해외 진출은 쉽지 않다. 특히 미국은 주마다 규정과 인허가 조건이 달라 출점 난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해외 점포가 늘면서 '카피 브랜드'도 등장하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에서 두끼와 유사한 형태의 매장이 생겼다. 하지만 김 대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상표와 지식재산권(IP)은 보호하되 매장 형태나 소스만 베끼는 것 자체가 장기적인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 각 재료를 배합한 소스의 숙성, 중탕 과정과 이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떡 등 식재료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김 대표는 후발주자들에 대해 "그저 따라오기만 할 것"이라며 전혀 견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구 반대편 떡볶이집 생기는 날까지"
김 대표의 방송 출연 역시 대표 개인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소비자를 떡볶이로 끌어들이는 일로 생각했다. 방송 이후 그가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돼 축제 기획과 홍보에 참여하게 된 것도 이런 활동의 연장선이다.

대표가 유명해진 만큼 부담도 커졌다. 방송 이후에는 매장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이 김 대표에게 직접 전달되는 일도 잦아졌다. 그는 "예전에는 '튀김이 채워져 있지 않다', '서비스가 좋지 않다' 같은 연락이 왔다면 요즘은 '대표는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매장이 왜 이러느냐'는 식의 이야기도 온다"며 웃었다. 이어 "이제 밖에서 행동도 더 조심해야 한다.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구 반대편에 갔는데 누군가 떡볶이를 즐기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프리카 어디를 갔는데 떡볶이 가게가 있는 날이 오는 거죠. 꼭 두끼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때까지 떡볶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나면, 그때 이 일과 헤어지는 게 제 목표입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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