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과징금·과태료 부과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법률·인공지능(AI) 전문가를 중심으로 진용을 새로 짜고 있다. 쿠팡·SK텔레콤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개인정보위의 권한이 갈수록 커지자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다.29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지난 21일 위원장 및 여당 추천으로 권건보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광수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를 비상임위원으로 신규 위촉했다. 동시에 윤영미 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를 재위촉했다.
권 위원은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정보인권 전문가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시 과징금 부과 요건 등을 연구한다. 김 위원은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을 거친 AI 연구자로 규제 실무와 기술에 모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위원은 기존 심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 권익과 피해구제 관점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공정거래위원회가 상임위원 5명과 비상임위원 4명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개인정보위는 위원장·부위원장을 제외한 7명 전원이 비상임위원이다. 그만큼 개별 위원의 전문성과 심의·의결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남은 야당 추천 비상임위원 3명의 인선도 진행 중이다. 박민철 변호사와 양동훈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박 변호사는 2005년부터 정보통신부, 2008년부터 방통위에서 근무한 뒤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통신·미디어·데이터 분야를 주로 다뤘다. 양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과 서울서부·울산지검 차장검사를 지냈다. 인사는 다음달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급증하고 AI 관련 정책 과제까지 더해지면서 개인정보위가 다뤄야 할 업무의 범위와 무게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신고는 올 들어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447건)와 비슷한 432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제재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과징금·과태료를 집계한 결과 약 9000억원에 이른다. 쿠팡 6249억원, SK텔레콤 1348억원, KT 540억원 등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와 산업형 AI 확산에 맞춰 개인정보 활용 원칙을 마련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AI 기술과 프라이버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김광수 위원을 새로 영입한 것도 이런 정책 환경 변화를 고려한 인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송경희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글로벌 AI 프라이버시 포럼’에서 “에이전틱 AI와 산업형 AI 확산으로 개인정보 보호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책임성과 신뢰가 확보될 때 개인정보 보호는 혁신의 걸림돌이 아니라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애/라현진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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