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서정적인 멜로디와 공감을 자극하는 가사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및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던 곡이 국내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가수 이름은 '머무르'. 낯선 이름의 머무르는 '목소리를 빌린 가수'다. 보컬이 AI(인공지능)로 생성됐기 때문이다.
머무르가 앨범 소개를 통해 직접 밝힌 내용에 따르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라는 곡은 머무르가 직접 기획·작사 및 프로듀싱했다. 그러나 보컬은 수노 AI 기술을 통해 만들었다. 즉, 가창자가 인간이 아닌 AI인 셈이다. 머무르는 "제게 AI는 현대적인 악기이자, 제 상상을 함께 현실로 옮겨주는 파트너"라면서 "도구는 변해도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했다.
청취자 반응은 반으로 첨예하게 갈렸다. 음악 작업을 인간이 주도했고 좋은 곡으로서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이들이 있는 반면, AI 음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는 AI가 활용된 경우 이를 나타내는 표식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AI가 창작의 도구로 점차 활용 범위를 넓혀가면서, 음악업계가 과도기를 겪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건 저작권과 관련한 부분이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료는 인간이 창작에 참여한 부분만 인정된다. AI가 활용된 음악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AI 음원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머무르 외에도 AI로 음악을 만드는 유튜브 채널 조선힙합이 주목받았다. 조선힙합의 '마음의 숲' 역시 국내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렸었는데, 해당 곡은 실제 인간이 기획과 작사를 했고, 작곡과 가창에 AI가 쓰였던 바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지난 8월 인간이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우에 한해 AI 음악의 저작권 신탁 등록을 허용하는 기준을 신설했다. 그러면서 AI 도구와 활용 범위, 인간의 기여 내용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2일 만에 이를 철회했다.
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AI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건 시대적 흐름에 따른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다만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AI 활용 비율 측정 및 저작권 배분 기준을 촘촘하게 설계해 제도화해야 한다. 자칫 AI 창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반작용으로 인간 창작이 위축돼 환경 자체가 크게 변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제도가 현상을 품지 못하는 사이, 이미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사례도 등장했다. 노래방 기기에는 음저협에 저작권 등록이 된 곡만 수록할 수 있는데, 예외적으로 AI 음악인 조선힙합 '마음의 숲', 머무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등을 노래방에서 만나볼 수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조선힙합은 유튜브를 통해 "제가 아무리 기획을 잘하고 가사를 잘 쓰더라도 멜로디와 악기, 리듬의 창작은 AI를 통해 이뤄지기에 음저협 등록이 불가능하다"면서 노래방 기기 사업자 측에 "저작권료를 받지 않아도 좋으니 등록만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례가 없던 일이라 내부적으로도 고심이 깊었던 것 같다. 음저협 미등록 곡이라 내부 절차상 서비스가 어렵지만 권리자가 직접 사용승인서를 작성해주면 노래방 서비스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해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며 "노래방에 수록되어도 저작권료는 전혀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AI 사용 여부를 명확하게 조사할 근거나 방법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가창 등 각 영역을 인간과 AI가 딱 잘라 나눠 역할 분담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어느 정도 비율로 작업이 이루어졌는지까지 철저히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결국 투명한 배분, 건강한 환경을 위해서는 창작자와 직결되는 저작권 문제와 소비자 영역인 플랫폼 등 업계 사이클이 같이 고민하고 함께 작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AI 음악을 탐지하는 기술적 보완은 당연히 따라야 할 숙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주도권을 가지고 AI를 통제했는지, 실질 창작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증빙하는 객관적 방법에 대한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민간기업 차원에서의 AI 표시(라벨링) 구분 및 표준화 작업 등도 이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이러한 장치가 선결 조건이 될 때 비로소 AI 창작물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대중의 거부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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