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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월급만으론 못 버텨"…'전업주부의 나라' 日 달라졌다 [도쿄나우]

입력 2026-10-07 09:23   수정 2026-10-07 09:29

"남편 월급만으론 못 버텨"…'전업주부의 나라' 日 달라졌다 [도쿄나우]



일본에서 ‘전업주부’라는 삶의 방식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과 출산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집값과 물가 상승으로 맞벌이 필요성이 커진 데다 여성들의 경력 지속 의지도 강해지고 있다.

7일 일본 대형 인재업체 마이나비에 따르면 지난 5월 20~50대 전업주부 1546명을 조사한 결과, 전업주부가 되기 전 직장을 다녔던 1473명 가운데 42.1%가 퇴직 당시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만두고 싶었다”는 응답은 34.5%였다.

퇴직 이유로는 임신이 21.2%로 가장 많았고 결혼 19.9%, 본인의 건강 악화 16.9%, 육아 전념 14.7% 등이 뒤를 이었다. 전업주부 가운데 상당수가 처음부터 일을 그만두길 원했다기보다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경력이 끊긴 셈이다.

실제로 일본의 가족 모델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맞벌이 가구는 이미 전업주부 가구를 크게 웃돈다. 1980년대만 해도 전업주부 가구가 더 많았지만 지금은 맞벌이가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도쿄에서는 집값과 생활비 급등이 이런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최근 1억엔을 훌쩍 넘는 수준까지 올라 한 사람의 소득만으로 주거비와 생활비, 자녀 교육비를 부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남편은 회사, 아내는 가정’이라는 과거의 모델이 경제적으로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여성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일본의 미혼 여성 사이에서는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삶을 이상적으로 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전업주부를 이상적인 삶으로 꼽는 비율은 크게 낮아졌다. 결혼하지 않고 일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다만 이를 단순히 여성이 경력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는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가사·육아 분담 문제, 배우자의 전근, 장시간 노동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마이나비 조사에서도 이런 현실이 드러났다. “둘째 아이를 맡길 곳이 있었다면 복직할 수 있었다”, “배우자의 전근이 없었다면 일을 계속했을 것”, “늦은 시간 근무 면제나 유연한 재택근무가 가능했다면 퇴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다시 일하고 싶어도 가사와 육아 부담 때문에 취업을 미루는 여성도 많다. 앞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전업주부 가운데 25.2%는 취업 시점을 ‘3년 이상 뒤’로 잡았다. 이들은 아이의 갑작스러운 병이나 호출, 자신에게 편중된 가사·육아 부담을 주요 제약으로 꼽았다.

일본에서 전업주부가 줄어드는 배경에는 결국 두 가지 변화가 겹쳐 있다. 생활비 상승으로 맞벌이가 필요해졌고, 동시에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경력을 이어가려는 성향이 강해졌다.

문제는 일본의 직장과 가정 구조가 이런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의 의식은 이미 바뀌었지만 육아와 가사 부담, 전근과 장시간 노동 같은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사회가 ‘전업주부의 나라’에서 ‘맞벌이가 기본인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일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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