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및 시험 경쟁에 불이 붙었다. 북한은 10월 3일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화성-16나’를 시험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사거리와 관련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북한이 준중거리(MRBM·사거리 1000∼3000km)나 중거리(IRBM·사거리 3000∼5500km) 탄도미사일을 사거리를 줄여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북한 김여정은 미사일 발사가 중거리 전략미사일을 활용한 전략무기 발사훈련이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2021년 9월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탑재했다고 주장하는 ‘화성-8형’을 시험 발사한 이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및 시험을 꾸준히 해왔다. 단거리 및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전력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도 10월 8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처음으로 시험 발사했고 이를 공개했다. 사거리와 성능 모두 비공개여서 남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성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및 성능 향상 실험은 한국보다 더 오래됐다. 단·중거리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까지 극초음속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만 ICBM에까지 완성도 높은 변칙 기동 능력을 갖춘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은 향후 미 본토를 겨냥한 ICBM급으로 극초음속 기술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오랫동안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에 걸려왔던 게 기술개발의 족쇄가 됐다. 이후 개발을 거듭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현무-5를 개발했다. 한국의 극초음속미사일 사거리에 대해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극초음속미사일은 수백km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의 축적된 비행체 설계 및 내열·유도 제어 기술은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일부 평가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극초음속미사일 사거리를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미사일로 실어나를 수 있는 탄두 능력이다. 현무-5는 탄두 중량 8톤가량으로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지하 벙커에 은신한 북한 지휘부를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의 지하화 전력 시설 타격을 주도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역할을 한다.
문제는 재래식무기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핵무기와 비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괴물 미사일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전장, 특정 목표물을 무력화할 수 있지만 전세를 바꿀 만한 위력엔 이르지 못한다. 그 효용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억지력, 협상력에서 핵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무-5의 탄두 폭발력은 TNT로 환산하면 전문가 분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1~14톤 정도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국지적인 전투 또는 특정 군사거점에 한정해 동원되는 전술핵의 TNT 폭발력은 수킬로톤(kt)에서 수십kt에 이른다(1kt=1000t). 대도시 등 더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하고 전쟁 판도를 바꾸기 위한 목적의 전략핵무기의 폭발력은 수백kt에서 수메가톤(1Mt=TNT 100만 톤)에 이른다. 현무-5의 폭발력을 가장 위력이 낮은 소형 전술핵과 비교해도 수백 배 차이가 난다. 전략핵무기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다. 북한이 2017년 9월 3일 실시한 6차 핵실험은 수소탄 실험으로 알려졌다. 한·미 당국과 전문기관 분석에 따르면 폭발력은 100~300kt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현무-5의 폭발력은 새 발의 피다.
정성장 한국핵안보전략포럼 대표(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재래식무기는 아무리 강해도 핵폭탄처럼 엄청난 에너지와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현무 미사일 2000기로도 핵무기 1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 대표는 “실제 러우전쟁을 보면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건물을 타격해도 사망자는 많아야 수십 명 정도”라며 “핵폭탄이 떨어지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된다. 그 지역에 있던 건물들이 잿더미가 되고 사람은 흔적조차 없게 된다”고 했다. 20kt 규모의 핵폭탄이 서울 상공에서 폭발할 때 사망자가 61만여 명, 부상자가 55만여 명에 달하고 250kt이 터지면 사망자 78만 명, 부상자 277만 명이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 미사일 탐지 및 요격 능력이다. 지난 시리즈에서 지적한 대로 북한은 다종의 미사일과 방사포, 드론 등을 신형화, 첨단화하고 있다. 방어를 어렵게 하기 위한 온갖 전략 무기들을 갖추고 있다. 재래식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 신형 순항 및 방사포 등 유도 무기 섞어쏘기 시험을 하고 있다. 북한은 유도 기능과 전술핵무기 탑재가 가능하고 한 발사대에서 거의 동시에 수발을 발사할 수 있는 초대형 방사포들을 전방에 속속 배치하고 있다. 북한은 대부분의 단·중·장거리 미사일과 600mm 초대형 방사포에 전술·전략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은 3축 체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1축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 징후가 보일 시 선제 타격한다는 킬 체인(Kill Chain), 2축은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P), 3축은 도발에 상응하는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돼 있다. 3축 체계는 2000년대 중후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위험 수위에 다달으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초반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연이어 도발하면서다.
당초 2020년 중반께 3축 체계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수준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점점 늦어지고 있다. 2027년까지 북한 전역 감시 정찰과 타격, 방어 능력을 확보하고 2032년까지 북한 미사일 발사 전 타격과 다층적 방어 및 응징 보복 능력 강화, 2032년 이후 지속적인 정찰 및 타격 능력 추가 확충 계획을 잡고 있다. (?회에 계속)
홍영식 한국핵안보전략포럼 운영위원(전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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