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 주거단지 이름에 숫자를 넣는 작명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소와 가구 수, 기존 단지의 역사를 숫자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서울 반포의 5000가구가 넘는 재건축 단지도 숫자를 선택했습니다.
19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지난 9일 조합원 총회에서 새 단지명이 '디에이치 반포124'로 확정됐습니다. 최종 후보 6개 가운데 58.78%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대체하는 이름입니다.
명칭 변경 논의는 일부 조합원의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습니다. 기존 이름의 어감과 지역적 상징성 등을 이유로 새 이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일반분양을 앞두고 단지의 인지도와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습니다.
새 이름은 세 요소로 구성됐습니다. 현대건설의 고급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에 지역명 '반포'를 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단지의 1·2·4주구를 상징하는 '124'를 넣었습니다. 시공 브랜드와 위치, 사업지의 역사를 함께 담았습니다.
'124'는 주소나 가구 수가 아닙니다. 재건축 이전 단지의 구성을 뜻합니다. 조합은 반포주공1단지의 역사적 뿌리를 계승하면서 새로운 주거문화를 조성해 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재건축으로 건물은 바뀌지만 기존 단지의 정체성은 이름에 남기는 것입니다.
새 이름을 달게 된 단지는 총 5007가구 규모입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습니다. 조합은 2027년 말 입주를 목표로 공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화 외관과 조경, 대규모 수경시설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시설은 약 2만3000평 규모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조합은 이번 명칭 확정을 계기로 조합원의 의견을 모으고 단지 완성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름을 둘러싼 논의에서 건축과 조경, 커뮤니티 등 실제 주거환경을 완성하는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것입니다.
김태호 조합장은 "'디에이치 반포124'가 단순히 반포의 새로운 아파트 이름을 넘어 대한민국 하이엔드 주거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이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숫자를 활용한 이름은 이미 고급 주거단지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 강남구 청담동 'PH129'와 논현동 '브라이튼 N40' 등이 대표적입니다. 브랜드와 지역명에 해당 장소를 나타내는 숫자를 결합했습니다.
나인원한남의 '나인원'은 숫자 9와 1을 영어로 읽은 표현입니다. 단지의 도로명주소인 '한남대로 91'에서 가져왔습니다. 숫자를 그대로 쓰는 대신 발음으로 풀어 단지명에 넣었습니다.
청담동 'PH129'도 주소가 이름이 됐습니다. 'PH'는 펜트하우스를 뜻합니다. '129'는 청담동 129에서 따왔습니다. 주거상품 유형과 해당 장소를 영문·숫자로 압축한 것입니다.
논현동 '브라이튼 N40’은 브랜드에 지역과 번지를 결합한 이름입니다. 논현을 나타내는 'N'과 사업지인 논현동 40번지의 '40'을 붙였습니다. 이름 속 숫자가 단지의 위치를 가리킵니다.
고급 브랜드를 앞세운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도 비슷한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DL이앤씨는 2021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에 '드레브 372'를 제안했습니다. 이후 아크로 브랜드를 적용한 '아크로 드레브 372'를 제시했습니다.
경기 성남시 '판교TH212'는 주소가 아닌 공급 규모를 담았습니다. 'TH'는 테라스하우스(terrace house)를 뜻합니다. '212'는 전체 가구 수입니다. 지역명과 주거 유형, 단지 규모를 조합한 이름입니다.
한편 이들 고급 단지는 고가에 거래됐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73㎡는 지난 8월 27일 각각 255억원과 263억원에 손바뀜했습니다. 강남구 청담동 'PH129' 전용 273㎡는 지난해 12월 12일 155억원에, 논현동 '브라이튼 N40' 전용 126㎡는 지난해 3월 21일 49억9000만원에 매매됐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