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보험회사에서 법무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활용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가 소송전을 벌인 끝에 복직 판결을 얻어냈다. 이 직원은 회사 내부 자료를 상사가 추천한 외부 AI 플랫폼에 올렸지만 실제 정보 유출이나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회사 규정에도 AI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었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해고를 취소하고 근로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중국 정보기술(IT) 매체 IT즈자는 지난 13일(현지시간) CCTV를 인용해 베이징시 차오양구 인민법원이 최근 보험회사 직원의 AI 활용 문제로 불거진 노동분쟁 사건에서 회사 측의 일방적인 근로계약 해지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사건은 202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험회사 법무 담당자인 우모씨는 평소 준법감사·위험 점검 등의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업무 절차를 개선하고 프레젠테이션(PPT) 제작과 데이터 분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AI 플랫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AI 사용은 회사 상사의 추천에 따른 것이었다. 우씨는 회사 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를 담은 자료를 직접 정리·가공해 외부 AI 플랫폼에 업로드했다. 본래 맡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AI의 도움을 받으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한 달 뒤 우씨에게 근로계약 해지 통지서를 전달했다. 사내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측은 우씨가 일반 직원보다 높은 수준의 비밀유지 의무를 부담하는 법무·준법 부서 소속이란 점을 강조했다.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고 정보보안 교육도 받은 직원이 내부 감사 자료를 제3자 AI 플랫폼에 올린 것은 중대한 문제라는 취지다.
AI 플랫폼이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보관하고 이를 AI 모델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자료를 외부 플랫폼에 업로드한 행위 자체가 정보 유출 위험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우씨가 상사의 추천으로 AI를 사용했고 본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회사 정보를 악의적으로 빼돌리거나 유출하려는 고의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회사가 AI 사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회사는 비밀유지제도·정보보안 관리 규정을 운영했고 직원들에게 비밀유지계약 체결도 요구했다. 하지만 외부 AI를 활용한 업무 처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다. AI 업무 활용에 관한 별도 준수 기준이나 운영 지침도 없었다. 심지어 관련 교육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실제 피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법원 판단에 힘을 실었다. 회사는 우씨가 업로드한 자료가 법령이나 사내 규정상 핵심 비밀정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 정보 유출, 경제적 손실, 평판 훼손 등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AI 플랫폼에 데이터를 보관하는 기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직원이 중대한 사규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우씨에게 전달한 해고 통지를 취소하고 회사가 근로계약을 계속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회사엔 위법한 해고로 발생한 연말 상여금 차액, 성과급, 임금 손실분 등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업의 AI 업무 활용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두제 재판보조관은 "AI를 활용한 업무 처리가 일상화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일률적인 사용 금지나 사후 책임 추궁에 의존하는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외부 AI 플랫폼에 입력하거나 업로드해서는 안 되는 핵심 기밀정보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고 AI 도구 사용 관리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디지털 업무 환경에서 지켜야 할 준법 기준을 정기적으로 교육할 필요도 있다고 주문했다.
직원들도 회사의 정보보안 규정을 숙지하고 핵심 기밀이나 미공개 자료, 비밀문서를 외부 AI 플랫폼에 업로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 처리 과정에서 작업 기록을 남기고 규정에 맞게 업무를 수행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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