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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돈 주고 포르쉐 샀는데"…5년 만에 벌어진 일 [프라이스&]

입력 2026-10-15 06:00   수정 2026-10-15 07:10



중고차 시장에서 높은 잔존가치로 통하던 포르쉐도 모델에 따라 감가 폭이 크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타이칸은 신차 가격의 절반 이상이 5년 뒤 사라지는 반면, 911 쿠페는 같은 기간 가치 하락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포르쉐는 감가가 적다’는 통념이 모든 차종에 적용되지는 않는 셈이다.
美서 타이칸 5년 감가율 53.5%…911 쿠페는 5.3%

15일 미국 자동차 정보업체 아이씨카즈(iSeeCars)의 차종별 감가 분석에 따르면 포르쉐 타이칸 세단의 5년 감가율은 53.5%다. 카이엔은 45.6%, 파나메라는 41.1%, 마칸은 40.6%로 집계됐다. 반면 911 쿠페의 감가율은 5.3%, 718 카이맨은 7.5%였다. 아이씨카즈는 1500만 대 이상 차량을 분석해 신차 가격과 연식별 중고차 가격의 차이를 계산했다.

차종별 차이는 전기차와 스포츠카의 시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기차는 신차 배터리 성능과 주행거리가 빠르게 개선되고, 신형 모델이 나오면 이전 세대의 중고차 가치가 영향을 받는다. 배터리 상태와 보증 기간도 중고차 구매자가 따지는 변수다. 반면 911 쿠페처럼 수요가 꾸준하고 희소성이 높은 차종은 중고차 가격을 상대적으로 잘 지키는 모습이다.

포르쉐 중고차 시장에서도 브랜드보다 차종에 따라 잔존가치가 갈리는 흐름이 국내에서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잔존가치가 높은 스포츠카와 감가 부담이 큰 전기차·대형 세단·SUV가 한 브랜드 안에 공존하는 만큼, 신차 가격뿐 아니라 배터리 보증 기간과 신형 출시 시점, 차종별 수요가 중고차 가격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국내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포르쉐는 감가가 적다는 인식만으로 중고차를 고르기보다 차종과 파워트레인, 보증 조건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서도 무너진 포르쉐 명성
글로벌 판매 부진도 포르쉐의 중고차 가치에 부담을 주는 변수다. 포르쉐의 올해 1~9월 중국 인도량은 2만1493대로 전년 동기보다 33% 줄었다. 2021년 글로벌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중국 시장 비중은 올해 12% 수준으로 낮아졌다.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가 겹치면서 중국 내 딜러망도 연말까지 80곳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타이칸은 현지에서 20%에 이르는 할인 판매에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딜러들이 차를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마진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시장에서도 판매가 감소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차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5% 늘었지만, 포르쉐는 6573대로 21% 줄었다. 핵심 모델인 파나메라와 카이엔 판매도 각각 33%, 39% 감소했다.

지난해 포르쉐코리아가 국내에서 1만746대를 판매하며 30% 성장한 배경에는 금융 프로모션이 있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포르쉐코리아는 금융 계열사와 함께 최종 고객 대상 차량 판매 공동 프로모션에 46억원을 집행했다. 같은 기간 포르쉐 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의 개인 할부금융 잔액은 약 842억원에서 1304억원으로 55% 증가했다.

판매가 꺾인 가운데 포르쉐는 지난달 30일 핵심 모델 카이엔의 전기차 버전인 카이엔 일렉트릭을 국내에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판매 확대를 위한 금융 지원과 할인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고차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브랜드 가치와 높은 잔존가치를 앞세워온 포르쉐가 대규모 할인 없이 신차만으로 수요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중고차 시장의 가격 흐름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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