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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보답하라"더니 6일 만에 경질…다카이치 리더십 흔들

입력 2026-10-15 08:01   수정 2026-10-15 08:34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독주 체제가 출범 1년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총선 압승을 발판으로 자민당 내 권력을 장악했지만, 측근 각료의 비위 의혹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정권 운영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리에게 직언할 수 있는 인물이 사라지면서 당내 견제와 자정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15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의 야나 가즈오 농림수산상 경질을 계기로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다카이치 1강 체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나 농림수산상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도로 예산을 삭감했다는 발언과 선거 과정에서 지지자들에게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을 빚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8일만 해도 "일로 보답하라"며 경질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여론이 악화하고 야당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14일 결국 사표를 수리했다.

다카이치 정권이 지난해 10월 출범한 이후 비위 의혹으로 각료가 물러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야나 농림수산상은 지난달 개각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직접 발탁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총리의 인사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인사권 독점한 다카이치…총리에 직언할 사람 없어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초기만 해도 자민당 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정 파벌에 속하지 않았고 당내 유력 인사들의 지원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의원 선거에서 역사적인 압승을 거두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시절 연이은 선거 패배로 자신감을 잃었던 자민당은 다카이치 총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당내 인사권까지 장악했다. 소비세 감세에 신중한 자민당 세제조사회 구성원의 교체를 지시했고, 참의원 간부 인사에도 총리의 의향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자민당에서 세제조사회와 참의원 인사는 총리도 쉽게 개입할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이러한 관행을 깨고 자신의 정책 방향에 맞춰 당 조직을 재편했다.

지난 9월 개각에서도 파벌과 당내 실력자의 추천을 거부하고 능력주의를 앞세웠다.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각료를 직접 선발했다. 야나 농림수산상 역시 농업 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기용한 인물이었다.

문제는 총리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잘못된 판단을 견제할 내부 장치가 약해졌다는 점이다. 과거 아베 신조 정권 역시 강력한 총리 중심 체제로 운영됐지만, 당시에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 실력자들이 각료의 비위 문제가 발생하면 총리에게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다카이치 정권에서는 총리가 직접 결정한 인사에 대해 주변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복종하는 사람에게만 자리를 주는 정치"라고 비판했다. 각료를 지낸 한 인사도 "'모든 것을 총리가 결정했다'는 말을 듣게 되면 주변에서 문제를 지적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참의원의 한 간부는 "총리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털어놨다.
야당 결집 불러온 늑장 경질…소비세 감세에도 차질 우려
야나 농림수산상 경질 과정에서 드러난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8일 야나 농림수산상의 유임 방침을 밝혔지만, 의혹이 확산하자 13일 국회에서 경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튿날 사표를 수리하기까지 엿새가 걸렸다.

총리 측근들은 사태가 마무리됐다는 입장이다. 다카이치 총리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정권에 타격은 전혀 없다. 야나 개인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민당 내부의 분위기는 다르다. 특히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참의원에서는 이번 사태가 향후 국회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

한 참의원 간부는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다른 각료의 정치자금 문제까지 확산해 연쇄 사퇴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다 경질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의 늑장 대응은 그동안 분열돼 있던 야당의 결집을 불러왔다.

당초 중의원 야당은 야나 농림수산상의 의혹을 적극적으로 추궁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참의원에서는 14일 야당 10개 정당·회파가 모여 야나 농림수산상이 사임하지 않으면 문책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자민당의 한 중견 참의원 의원은 "소수 여당인 참의원을 경시한 결과"라며 "진작 경질했다면 야당에 공격할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국회 운영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소비세 감세 관련 법안과 중의원 의석수 감축 법안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정권에서 잇따라 불거지는 정치자금 문제와 각료 비위 의혹을 계기로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후루카와 모토히사 국민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은 비자금 문제를 반성했다고 하지만 전혀 반성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회성 논란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인사권을 총리가 독점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각료의 비위 문제가 불거질 경우 정권 전체의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사태가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을 뒷받침했던 권력 집중 구조의 이면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당내 견제 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향후 인사와 국회 운영에서 어떤 방식으로 내부 의견을 수렴할지가 정권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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