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학군 프리미엄’이 지방 주택시장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 아파트 매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0·40대가 자녀 교육을 중시하면서 학교와 학원가가 밀집한 일부 지역의 집값이 해당 도시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39만8382건 가운데 30·40대가 매수한 거래는 21만7177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54.5%다. 전국 아파트 거래 2건 중 1건 이상을 30·40대가 사들인 셈이다.
30·40대의 매수 비중은 2022년 46.44%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자녀를 둔 가구가 주택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학교와 학원 접근성도 집값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국토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국토이슈리포트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확인됐다. 30·40대 유자녀 가구가 주택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인은 자녀 교육 여건이었다.
특히 지방에서 교육환경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자녀 교육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응답은 서울이 31.5%, 인천·경기가 29.0%였지만 광역시는 34.4%, 도 지역은 35.5%에 달했다.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자녀 교육을 중요하게 보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지방에서는 명문학교와 대형 학원가가 형성된 지역이 수도권보다 제한적인 만큼 교육 인프라의 희소성이 집값 격차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신고와 경북고, 대구여고 등이 자리한 대구 수성구의 지난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1675만원이었다. 대구 전체 평균인 1185만원보다 41.3% 높다.
강원 춘천시에서는 격차가 더 컸다. 학교와 학원가가 밀집한 온의동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1521만원으로 춘천시 평균인 972만원보다 56.4% 비쌌다.
개별 아파트 가격도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춘천시 온의동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거래가격인 7억2500만원보다 5500만원 올랐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힐스테이트 범어' 전용 84㎡는 지난 8월 18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2월 거래가 16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1억7000만원 상승했다.
학군지 선호는 청약시장에서도 나타났다. 부동산114가 2023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부산 동래구의 청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명륜동과 사직동 아파트에 7122명이 신청했다. 같은 기간 동래구 전체 청약자 1만744명의 66.3%가 두 지역에 몰렸다.
명륜동과 사직동은 부산의 전통적인 학군지로 학교와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동래구 내에서도 교육환경이 갖춰진 특정 지역에 청약 수요가 집중된 셈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수도권보다 명문 학군과 대형 학원가가 조성된 지역이 한정돼 교육 인프라에 따른 희소가치가 더 크게 작용한다"며 "가구당 자녀 수는 줄고 있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 수요는 여전히 높은 만큼 우수한 학군을 갖춘 지역의 주거 선호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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