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내 빨래와 설거지를 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으니까. AI가 내 대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내가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싶지는 않다."
2024년 3월 작가 조애나 마치예프스카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인간이 하기 싫은 일을 AI에 맡기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글은 온라인에서 큰 공감을 얻으며 밈으로 확산했다.
2년 여가 지난 지금 현실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AI가 노래를 불러 사람을 울리고, 시를 써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감성과 창작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노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에 달린 댓글이다. 창작자 '머무르'가 지난 6월 발표한 이 곡은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흔들리는 마음을 담은 가사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13일 오후 6시 기준 멜론 TOP100 차트 3위에 올랐다. 유튜브 조회수도 1000만 회를 돌파했다.
특별한 점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AI라는 사실이다. 머무르가 직접 가사를 쓰고 제작을 기획했지만 보컬은 생성형 음악 AI '수노'로 구현했다. AI가 만든 목소리에 사람들이 실제 위안을 받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머무르는 자신의 SNS에 "AI는 현대적 악기이자 상상을 함께 현실로 옮겨주는 파트너"라며 "본 앨범의 보컬은 AI 기술을 통해 생성됐으며 기획·작사 및 프로듀싱 디렉션은 직접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에밀리 디킨슨 등 유명 시인 10명의 작품을 챗GPT가 생성한 시와 비교했다. 참가자들은 AI가 만든 시에 리듬과 아름다움 등의 측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줬다. AI 작품을 인간이 쓴 시로 판단하는 경우도 많았다.
종교 영역에도 진출했다. 2024년 스위스 루체른의 성베드로 예배당에는 'AI 예수'가 등장했다. 고해실에 설치된 화면 속 예수 아바타가 방문객과 대화하는 실험이었다. 약 두 달 동안 900건의 대화가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만든 창작물과 대화에서 인간이 감동과 위안을 받고 있다"며 "인간이 창작하고 기계가 단순 노동을 대신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AI가 인간의 가장 감성적인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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