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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해킹 잡은 금융보안원, 주역은 '화이트해커'

입력 2026-10-15 17:28   수정 2026-10-16 01:24

최근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인공지능(AI) 해킹 공격을 받았지만 해커가 어떤 수단을 썼는지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공격자가 남긴 접속 기록과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하던 중 뜻밖의 단서가 발견됐다. 중국산 AI 에이전트 ‘아르텍스(ARTEX)’의 흔적이었다. 금융권을 뒤흔든 연쇄 해킹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들은 금융보안원 소속 화이트해커(해킹을 방어하는 보안 전문가)들이었다.
◇ 해킹 사태 전부터 경고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보안원 소속 화이트해커는 74명에 달한다. 전체 임직원 311명 가운데 23.8%에 달하는 비중이다. 직원 10명 중 2명 이상이 화이트해커인 셈이다. 이들은 금융권 연쇄 해킹 사태가 본격화하기 약 2주 전부터 금융권에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새로운 사이버 공격 수법을 경고했다. 대규모 피해가 확인되기 전부터 유사한 공격 징후를 포착하고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금융보안원 화이트해커들의 역할은 실제 피해가 발생한 뒤 더욱 두드러졌다. 신한은행 등에서 잇따라 해킹 사고가 확인되자 공격에 사용된 인터넷주소(IP)와 접속 기록을 분석해 아르텍스 활용 정황을 찾아냈다. 공격에 사용된 IP 등 관련 정보를 금융회사들과 공유해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금융보안원 화이트해커들의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해킹대회인 ‘데프콘(DEF CON)’에서도 매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실력은 과거 해킹 사고 현장에서도 발휘됐다. 지난해 SGI서울보증보험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주요 업무가 마비됐을 때가 대표적이다. 사고 조사에 투입된 금융보안원 화이트해커들은 침해 경로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당초 맡은 업무 범위를 넘어 랜섬웨어를 분석해 암호화된 데이터를 복구했다.
◇ 해킹 고수들 모이는 이유는
금융보안원은 은행·보험·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보안 전문기관이다. 2015년 카드사 고객정보 대량 유출 사고를 계기로 금융보안연구원과 금융결제원·코스콤의 정보공유분석센터(ISAC) 등을 통합해 설립됐다.

금융보안원에 실력 있는 화이트해커들이 몰리는 데는 전문성을 우대하는 조직문화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신입사원 채용 때 국제 해킹대회 수상 경력이 있으면 실기시험에서 가점을 준다. 입사 후에도 국제 해킹대회나 해외 보안 콘퍼런스 참가 비용을 지원한다. 박상원 금융보안원장은 “직원들이 업무 외에도 새로운 해킹 기술을 연구하고 세계적인 보안 전문가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 여건도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보안원은 경기 용인에 본원을 두고 있어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젊은 화이트해커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2017년 전남 나주로 본원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금융보안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이 젊은 것도 특징이다. 전체 임직원 가운데 20~30대가 60%(190명)를 넘는다. 신입 공개채용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해킹 범죄가 더욱 정교해질수록 금융보안원이 맡아야 할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조미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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