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1일 14: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 증시 전반은 주요 글로벌 지수에 비해 여전히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입니다. 이는 'K-디스카운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국내 행동주의펀드 관계자들은 21일 싱가포르 파크로얄컬렉션피커링 호텔에서 열린 'ASK 싱가포르 2026'에 모여 한국 상장기업들은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패널로 나선 김정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상무는 "지난 1년 동안 코스피 지수는 약 100% 급등했으나, 상승세는 소수의 메모리 관련 종목에 집중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상무는 한국기업 저평가를 불러오는 피라미드형 지배구조는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을 야기한다고 진단했다. 지배주주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수익성 제고 대신 문어발식 확장에 몰두하게 되는데, 이는 주당 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일반주주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게 된다. 그는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동기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얼라인의 DB손해보험 캠페인을 통해 DB손보의 자본배분 전략은 매출 성장 중심에서 요구자본 대비 위험조정수익률 중심으로 전환됐다고 덧붙였다.
김현욱 트러스톤자산운용 상무는 "영미권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영진 대 주주 간의 갈등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고 짚었다. 그는 대기업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되는 터널링(사익편취)과 계열사 간 거래는 각종 규제로 감소 추세에 있지만, 자본배분은 행동주의펀드들에게 여전히 접근성 좋은 투자 기회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욱 상무는 "향후 10년간 지배구조가 매우 중요하며 이사회 구성 및 보상 체계, 운영 효율성 분야에서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면서 트러스톤운용의 KCC 캠페인은 이러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KCC의 주가는 순자산가치(NAV) 대비 최대 60% 할인돼있고, KCC가 보유한 지분의 시가총액은 KCC 전체 시가총액을 초과하고 있어 KCC 자체의 핵심 사업 가치는 마이너스(-)로 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욱 상무는 "KCC가 보유한 상장사 지분을 현금화하면 가치를 실현하고 할인 폭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2대 회장을 지낸 김규식 ICM글로벌자산운용 매니저는 작년 주주 충실의무를 명문화한 상법 개정을 "세계 유일 (사례)"라고 짚었다. 김 매니저는 "(한국은) 전세계 유례 없는 개인투자자 주도의 강력한 주주행동 생태계를 갖고 있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탁의무를 직접 입법화했다"면서 "한국 법원은 아직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델라웨어 법원처럼 해석하지 않지만, 학계와 시장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싱가포르=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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