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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 닮은꼴' 아이찡 뜨더니…이수만 걸그룹 '1위' 찍었다

입력 2026-10-18 15:40   수정 2026-10-18 16:25

'K팝의 아버지'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의 감각은 74세에도 통했다. 그가 내놓은 신인 걸그룹 A2O 라이트가 데뷔곡 '니온'(NEON)으로 발매 29시간 만에 멜론 '톱100' 정상에 올랐다. 고음과 화음, 칼군무를 전면에 내세운 전통성 있는 무대에 K팝 팬들은 "K팝 최종병기"라는 반응이다.

"긴 생머리 휘날리며 데뷔해도 아무도 민희진코어라고 안 한다. 이게 바로 수만코어."

이 반응을 이해하려면 뉴진스 이후 걸그룹 시장에서 긴 생머리가 갖게 된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긴 머리를 흩날리며 함께 춤추는 소녀들의 모습은 민희진이 제작한 뉴진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다. 팬들이 사용하는 '희진코어' 역시 특정 헤어스타일 하나보다 뉴진스를 통해 선보인 음악과 패션, 영상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표현에 가깝다.

A2O 라이트도 긴 생머리를 맞추고 단체 안무를 선보였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뉴진스보다 소녀시대와 에프엑스 등 과거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을 연상하는 의견이 눈에 띈다. 비슷한 외형을 출발점으로 삼더라도 보컬을 배치하고 안무를 전개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제작자의 색깔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번 데뷔가 산업적으로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수만은 새로운 회사에서 신인을 내놓으면서 오랜 기간 축적한 음악적 특징을 다시 꺼냈다. 낯선 그룹을 익숙한 취향으로 소개하는 전략이다.

A2O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6시 발매된 '니온'은 14일 오후 11시 멜론 '톱100' 1위에 진입했다. 한국 애플뮤직과 이탈리아·말레이시아 아이튠즈 종합 차트에서도 정상을 기록했다. 중국 QQ뮤직에서는 신곡·인기곡 차트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곡의 길이는 3분 28초다. 짧은 음원과 챌린지용 안무가 두드러지는 시장에서 보컬과 퍼포먼스를 충분히 보여주는 구성을 택했다. 멤버들의 목소리를 겹쳐 쌓은 아카펠라와 고음을 부각한 구간, 댄스 브레이크가 차례로 이어진다. 이수만과 SM 시절부터 작업해온 유영진 프로듀서가 참여했다.



팬들이 반응한 부분도 이 같은 음악적 구성이다. 한 네티즌은 "오랜만에 케이팝 찐 노래 듣는 듯"이라고 적었다. 고음을 끌어올리는 대목과 빈틈없이 맞춘 군무에서 과거 즐겨 듣던 K팝의 특징을 발견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무대에서는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보다 훈련으로 다져진 긴장감이 부각됐다. 온라인에 등장한 '독기 눈빛'이라는 표현은 이를 압축한다. 멤버들이 얼마나 편안해 보이는지보다 얼마나 강하게 춤을 추고 노래하는지가 감상 포인트로 떠오른 셈이다.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데뷔 쇼케이스에서는 도입부부터 인원을 나눠 시선을 모았다. 아이찡과 시리의 페어 댄스로 시작해 9인 군무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두 멤버의 움직임을 먼저 각인시킨 뒤 팀 전체를 보여주는 연출이 초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반 2인페어 댄스가 신의 한수"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9명이 동시에 시작했다면 같은 인상을 주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은 팬들이 개별 동작뿐 아니라 무대의 구성까지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평균 나이 15세인 멤버들의 숙련도 역시 화제였다. 어린 나이에 비해 정교한 움직임을 선보인다는 놀라움과 함께 "휴머노이드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친근한 또래의 모습보다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실력에서 아이돌의 매력을 찾는 시선이다.

제작자와 음악을 연결해 소비하는 현상은 신생 기획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A2O라는 회사와 소속 멤버는 처음 접하더라도 이수만과 유영진의 음악에는 이미 청취 경험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과거 SM 가수들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신인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생긴다.

아이찡에게서 보아의 데뷔 시절을, 오아에게서 S.E.S. 유진과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를 떠올린 반응도 같은 맥락이다. 팬들은 익숙한 가수의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멤버를 기억하고, 기존 취향과 연결해 팀을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K팝 트렌드와 달리 '니온'은 메인 보컬의 가창력을 부각하는 브릿지 파트 등을 강조하며 과거 K팝의 특징을 잘 살렸다. 이로 인해 과거 K팝 팬들에게는 향수와 반가움을, 요즘 K팝 팬들에게는 신선함을 안겼다.

이수만은 2023년 SM 지분을 하이브에 매각하면서 맺은 3년간의 국내 음반 프로듀싱 경업금지 약정이 올해 2월 만료된 뒤 국내 시장 재진입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9인조 A2O 라이트와 15인조 보이그룹 A2O 소울을 함께 내세웠다. 총 24명의 신인을 동시에 선보인 만큼 데뷔 화제성을 후속 활동으로 이어가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수만은 쇼케이스에서 여러 각도로 촬영한 아티스트의 움직임을 3차원 공간에 재구성하는 4DGS를 소개했다.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과 영상 토크, 인터랙티브 라이브 토크쇼 계획도 공개했다. 음악으로 유입된 관심을 다양한 감상 방식과 팬 소통으로 연결하려는 구상으로 읽힌다.

다만 차트 정상에 오른 속도만으로 장기 흥행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음 곡에서도 팀을 찾아 듣는 소비가 형성돼야 한다. 과거의 음악을 기억하는 팬과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를 함께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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