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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럽 청년의 분노,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26-10-18 17:28   수정 2026-10-19 00:07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라는 프랑스 고교생들의 항의에서 촉발된 시위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프랑스에서는 근로자와 시민이 시위에 가세하면서 주요 도시마다 연일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고물가와 중동 전쟁발(發) 연료비 급등, 긴축 재정으로 쌓인 불만에 학생 시위가 불을 붙인 셈이다. 수개월간 프랑스를 마비시키며 1조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남긴 2018년의 ‘노란 조끼’ 소요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경을 넘은 시위는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국가별로 시위 강도와 쟁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물가와 주거비가 치솟고 재정난으로 공공 서비스가 약화하는 데 대한 분노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유럽연합(EU) 국가 중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포르투갈에서는 “50대가 되기 전에 부모님 집에서 나오고 싶다”는 청년들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스페인 여당은 주택난 항의 시위에 조기 총선 승부수를 띄웠다.

반도체 덕에 미래대응기금까지 쌓는 한국과 재정 적자에 신음하며 국가부채를 줄여야 하는 유럽을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청년이 처한 상황을 보면 유럽 청년들의 분노가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국가데이터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1만3000명 증가한 가운데 청년층(15~29세)은 14만7000명 줄었다. 청년층 고용률도 44%로 1.1%포인트 하락해 29개월째 내리막이다. 나라 경제는 좋아졌다는데 청년 취업은 갈수록 바늘구멍이다. 요행히 취업에 성공해도 집값, 전·월세 가격 동반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이 짓누르는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유럽은 저출생·고령화로 연금 등 복지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야 해 청년에게 쓸 돈이 없다. 이 와중에 구조개혁은커녕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는 정당만 기승을 부린다.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의 우리 모습일지도 모른다. 청년이 분노를 쏟아내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정부와 기성세대의 역할이자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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