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만이 아니다. 60만 명이 사는 예테보리에서 지리그룹 직원만 2만 명에 달한다. 유럽 최대 연구개발(R&D)·디자인센터 등도 들어섰다. 공항과 시내 주요 대형 광고판은 지리그룹 브랜드로 뒤덮여 있다.

자동차산업 본고장인 유럽이 생산기지는 물론 기술과 디자인 인력까지 모두 중국에 내주고 있다. 폭스바겐과 포르쉐 등 전통 완성차업체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중국 기업은 현지에 연구센터를 설립한 뒤 인재를 싹쓸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17일 방문한 지리그룹의 R&D 클러스터 ‘유니3 바이 지리’가 대표적 사례다. 예테보리 중심가에 있는 이 단지에는 유럽 전역에서 모인 자동차 전문가 1500여 명이 근무한다. 지리그룹의 자동차 플랫폼과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이곳에서 탄생한 차량이 베스트셀러인 볼보 전기차 EX30과 지커의 고급 전기차 001, X 등이다.
중국 전기차회사는 잇달아 유럽에 R&D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지리그룹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R&D센터를 두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코번트리,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는 디자인센터를 운영 중이다. 비야디(BYD)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유럽 본부와 R&D센터를 세웠다.
유럽 완성차업계는 더 쪼그라들 판이다. 기술과 인재마저 중국에 내주면서 미래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 기술개발 부문 인력을 약 4000명 감축하기로 했다. 포르쉐는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접기로 했다.
폭스바겐·르노 등 유럽 감원바람…中이 연구·디자인센터로 모셔와
중국 전기차 회사가 2010년 이후 유럽에 구축한 연구개발(R&D) 및 디자인센터는 19곳에 달한다. 지리그룹은 2013년 연 예테보리 R&D센터를 시작으로 유럽에만 다섯 개 거점을 두고 있다. 니오는 독일 베를린 등에 4개 R&D·디자인센터를 설립했다. 떠오르는 강자인 샤오펑, 샤오미, 비야디(BYD), 체리자동차 등은 작년과 올해 독일 등에 잇달아 R&D 거점을 세웠다.
중국이 유럽에서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유는 부족한 자동차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위해서다. 유럽은 1950년대부터 일찌감치 내연기관차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자동차산업의 본고장이다. 차량 안전과 엔진 설계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중국은 전기차 플랫폼 개발과 배터리 기술력은 상당하지만 안전과 디자인, 기술적 디테일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리그룹 관계자는 “유럽 R&D 조직을 통해 통상 2년이 걸리는 신차 개발 출시 주기를 6개월 미만으로 줄이고 있다”며 “각 연구 거점에서 개발한 차량을 선택해 그룹 계열사 제품으로 내놓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예테보리에 있는 지리테크놀로지유럽이다. 이곳의 R&D 인력 상당수는 볼보뿐 아니라 2011년 파산한 스웨덴 사브자동차 출신이다. 최근엔 포르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 출신도 속속 합류했다.
지리그룹은 이곳을 거점으로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현지에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웨이모 로보택시 전용 차량을 개발하고 있고, 볼보의 고급차 생산도 스웨덴에서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볼보 출신인 페르 페르델 지리테크놀로지유럽 수석엔지니어는 “유럽 자동차업계에서 이 정도로 연구 인력을 빠르게 늘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유럽 자동차 전문가의 용광로 같다”고 말했다.
유럽 전통 완성차 업체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확 쪼그라들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럽에서 현지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2023년 51.9%에서 올해(1~8월) 47.1%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7.9%에서 13.7%로 5.8%포인트 높아졌다. 란프란키 CEO는 “이젠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 기피 현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중국의 생산 기술과 유럽의 디자인·개발 역량을 결합해 시장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예테보리=정상원/부다페스트=김우섭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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