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은행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대출우대금리(LPR)를 중심으로 운영해 온 금리 결정 방식을 다양화해 기업이 은행과 협의를 거쳐 적용받을 기준금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중앙은행의 주요 정책금리도 기존 7일물에서 익일물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장금리가 기업의 실제 자금조달 비용에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통화정책의 전달체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경제가 수출과 제조업에 의존하는 가운데 투자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자 금융시장의 자금 배분 효율성을 높이고 첨단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신문 2026년 8월 12일자 A1·5면 참조
이번 개편의 핵심은 재무 상태가 우량한 기업에 금리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재무 여건이 우량한 일부 기업들은 앞으로 금융사와 협의해 LPR이나 은행 간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 금리(DR001)를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채권과 금융파생상품의 가격을 결정할 때도 DR001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인민은행은 관련 정책 지침을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고 LPR 호가 산정 체계도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 은행들은 기업과 개인에 대출할 때 주로 LPR을 참고해 금리를 결정한다. 새로운 체계에서는 기업의 재무 여건과 자금 수요에 따라 서로 다른 시장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 단기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대출받는 기업은 자금시장 금리 변화가 차입 비용에 더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 다만 금리가 상승할 때 이자 부담이 커질 위험도 있다. 중소기업과 개인 대출에는 LPR이 계속 주요 기준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인민은행은 통화정책의 핵심 기준금리도 바꿀 방침이다. 현재 주요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 대신 익일물 금리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연구한다. 시장에서 실제 조절 목표로 작동하는 금리는 익일물인데 중앙은행의 주요 공개시장조작 수단은 7일물이라는 불일치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인민은행은 2024년 7일물 역레포 금리를 주요 정책금리로 명확히 한 뒤 단기금리 조절 수단을 확충해 왔다. 이번 개편은 시장의 자금 수급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는 금리체계로 전환하는 후속 조치다. 시행되면 단기 자금시장과 은행 대출금리의 연계가 강화되고 통화정책의 파급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대출의 금리가 일괄적으로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대출계약과 적용 기준금리에 따라 영향이 달라진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판 행장은 AI의 급속한 발전이 생산성과 투자, 고용, 소득 분배, 금융 안정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관련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분야의 AI 활용도 신중하게 확대할 방침이다. 인민은행은 과학기술부 등 10개 부처와 함께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국제 과학기술 혁신 중심지 건설을 지원하는 금융정책도 내놓기로 했다. 재대출과 과학기술 기업을 위한 채권시장, 국경 간 투자·융자 지원을 확대해 첨단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를 넓힐 계획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은행 자산관리 자회사와 공모펀드 운용사 등이 대규모 환매에 직면했을 때 유동성을 공급하는 새로운 수단을 도입한다. 채권 환매와 투매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지원을 받으려면 거시건전성 요건을 충족하고 우량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국계·외국계 위안화 역외 청산은행 8곳에 중국 역내 외환시장에서의 자기매매를 허용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역내외 위안화 시장의 연계를 강화하고 외국 금융사의 중국 금융시장 참여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인민은행이 금리체계 개편에 나선 건 기존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중국 경제는 올 3분기 4.5% 성장했지만 1~9월 고정자산투자가 7.2%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기존 LPR 중심의 금리체계로는 기업별 자금 수요와 시장금리 변화를 세밀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인민은행은 대출금리 결정 기준을 다양화하고 단기 시장금리의 역할을 강화해 자금 배분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사의 금리 결정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첨단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려는 목적도 있다.
베이징에 있는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번 개편을 통해 새로운 시장금리 기준이 실제 대출에 얼마나 폭넓게 활용되는 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제도 전환을 추진하더라도 기업별 신용도와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에 따라 금리 인하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