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코리아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오브젝티브 애널리시스의 짐 핸디 대표는 인터뷰에서 "메모리 제조업체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가격을 결정한다"며 머스크의 최근 발언을 비판했다.
핸디 대표는 특정 업체가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반도체를 공급하면 먼저 구매에 나선 고객에게 물량이 집중돼 다른 고객에게는 공급할 제품이 남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가격 인하만 요구하는 것은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취지다.
메모리 공급 부족도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핸디 대표는 AI 투자가 현재 예상대로 증가한다면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2029년 이전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AI 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경우 메모리 시장의 호황도 꺾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마이크론은 향후 메모리 가격에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다른 업체들은 갈취 수준의 가격을 요구했다"며 "현재 고객들은 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이크론의 대응이 장기적인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머스크가 비판 대상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글로벌 D램 시장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메모리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AI 사업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해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스페이스X와 xAI 등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실제 테슬라는 메모리 공급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체 AI 칩에 탑재하는 램 용량을 축소하기로 했다.
머스크는 이달 초 AI5 칩의 램 용량을 당초 계획의 절반인 72GB로 줄이고, AI6는 3분의 1 축소한 144GB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AI5의 용량은 96GB로 높이겠다고 추가 설명했다.
머스크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성장 가능성도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엑스에 "중국은 2028년 엄청난 양의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적었다.
지난 11일에는 "문제는 RAM 공급"이라고 지적했고, 이튿날에는 중국이 관련 제조 기술을 확보하면 대규모 증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업체들이 5세대·6세대 저전력 D램(LPDDR5·LPDDR6) 제조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으며, 기술 확보 이후 생산 규모를 급격히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중국의 공급 확대 가능성을 부각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도 중국산 메모리 도입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존 터너스 애플 CEO는 지난 15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메모리 공급 제약 상황을 '절대적인 위기'로 규정하며 향후 중국산 메모리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능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최근 차세대 '4F²' D램 셀 구조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기존 6F² 구조보다 셀 면적을 약 33% 줄여 같은 크기의 반도체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CXMT는 이를 적용한 서버용 DDR5 메모리 제품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9.5%로 집계됐다. 전 분기 7.6%보다 1.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삼성전자(39.4%), SK하이닉스(24.9%), 마이크론(23.3%)에 이어 세계 4위다.
업계가 주목하는 시점은 2028년이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증설한 생산시설이 본격 가동되는 시기다.
CXMT도 이 무렵 월간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을 50만~60만장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3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중국의 생산 확대가 곧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범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 사이에는 상당한 기술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와 중국 CXMT의 D램 공정 기술 격차는 양산 시점을 기준으로 5∼7년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CMXT가 기존 공정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동안 삼성전자는 차세대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과 HBM을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어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한 시장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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