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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우유 누가 마셔요"…위기의 우유업계 '승부수' 던졌다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입력 2026-10-23 12:00   수정 2026-10-23 12:05

"흰 우유 누가 마셔요"…위기의 우유업계 '승부수' 던졌다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우유업체가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우유가 아니었다. 매일유업 공식몰 인기순 1위는 두유, 건국유업몰 판매량 1·2위도 모두 두유다. 저출생과 학교 급식 감소로 흰우유 소비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유업체들이 콩과 귀리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우유회사 베스트셀러가 두유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 공식몰 인기순 1위 제품은 ‘매일두유 고단백 검은콩’이다. 건국유업 공식 온라인몰에서도 ‘건국 서리태 무첨가 두유’ 16개입과 32개입 제품이 판매량 1·2위를 차지해 3위인 ‘착한목장 무항생제 우유’를 앞섰다. 우유를 주력으로 성장한 업체의 자체 판매 채널에서 두유가 흰우유보다 많이 팔리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유업체들은 올해 두유 신제품도 잇달아 내놨다. 매일유업은 지난 4월 ‘매일두유 99.9 서리태’를 출시했다. 국내산 서리태와 원액 두유 99.9%를 사용한 저당 제품으로,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100만 팩을 돌파했다. 매일두유는 국내 저당 두유 시장에서 5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올 상반기 유가공·뉴트리션을 제외한 기타 부문 매출은 34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37억원)보다 3.5% 늘었다.

지난 8월에는 유기농 유제품 브랜드 상하목장을 식물성 음료로 확장했다. ‘콩물두유 서리태’와 ‘서리태·쑥’, ‘서리태·팥’ 등 세 종류를 한꺼번에 출시했다. 상하목장이 두유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확한 지 1년 이내인 국내산 특등급 서리태를 사용하는 등 기존 유제품에 적용하던 원료·품질 관리 이미지를 식물성 음료에 이식했다. 매일유업이 올해 새로 선보인 두유만 네 종류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원두밀플러스’와 ‘소이마스터’, 검은콩·귀리호두 두유를 ‘서울두유’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했다. 원료에 따라 오리지널·블랙·곡물 제품군으로 나누고 패키지도 바꾼다. 다음달에는 두유 원액 100%를 사용하고 첨가물을 넣지 않은 ‘서울두유 플레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서울우유가 두유 브랜드를 전면에 내걸고 제품군을 다시 짠 것은 흰우유에 가려졌던 두유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남양유업도 ‘맛있는두유GT’를 통해 저당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당류를 한 병당 4g으로 낮춘 ‘맛두유GT 로우슈거 달콤’을 출시했다. 전통적인 두유 소비층인 중장년층을 넘어 식사 대용과 체중 관리용 음료를 찾는 젊은 소비자까지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두유 전문업체와 종합식품기업도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이 지난 1월 선보인 ‘특등급 국산콩 두유’는 출시 8개월 만에 약 500만 개 팔렸다. 풀무원은 이달 국산 서리태를 통째로 갈아 만든 후속 제품을 출시했다. 정식품과 삼육식품이 주도하던 두유 시장에서 유업체와 종합식품업체 간 경쟁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흰우유 소비 40년 만에 최저

유업체가 두유로 향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흰우유 소비 감소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6㎏에서 2024년 25.3㎏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22.9㎏까지 떨어졌다. 전년 대비 9.5% 감소한 것으로,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적다. 저출생으로 영유아와 학생 인구가 줄고 1인 가구 증가로 대용량 흰우유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우유 소비 감소는 원유 생산 체계까지 바꾸고 있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내년부터 음용유용 원유 물량을 현재 194만1000t에서 191만5000t으로 2만6000t 줄이기로 했다. 줄인 물량만큼 치즈와 분유 등에 사용하는 가공유용 원유는 10만9000t에서 13만5000t으로 늘린다. 흰우유 수요 감소를 반영해 생산 단계부터 물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두유와 오트·아몬드 음료는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 온라인 묶음 판매와 정기배송에 유리하다. 유당 섭취를 꺼리는 소비자뿐 아니라 저당·고단백 제품을 찾는 젊은 층도 공략할 수 있다. 매일유업은 매일두유 외에 아몬드브리즈와 어메이징오트를 별도 브랜드로 운영하며 식물성 음료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두유 시장의 경쟁축도 값싼 대용량 제품에서 국산 원료와 저당·고단백을 내세운 프리미엄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업체가 두유 사업을 키우는 것은 흰우유를 콩 음료로 단순 대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우유 소비 감소로 비어가는 매출을 건강·단백질 음료로 채우려는 사업 재편이라는 분석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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