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가 국내 차량용 반도체 협력의 범위를 설계·제조 중심에서 소프트웨어(SW), 설계자산(IP), 패키징, 시험평가, 기능안전까지 개발 전 주기로 넓힌다. 출범 1년 만에 참여 기업·기관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협력 플랫폼을 실제 제품 개발과 양산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는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호텔에서 제2회 차량용 반도체 포럼 '오토 세미콘 코리아(ASK)'를 개최했다. ASK는 완성차와 부품사,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파운드리(위탁생산), 디자인하우스 등을 한데 묶어 국내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과 공급망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처음 출범시킨 협의체다.
행사에는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기업 최고경영자(CEO)급 인사, 정부·학계·협회 관계자 등 90여명이 참석했다. 참여 기업·기관은 지난해 27곳에서 올해 53곳으로 늘었다.
삼성전자, SK키파운드리, LX세미콘, 어보브반도체 등 기존 참여사에 IP·시험평가·기능안전 분야 기업과 기관이 새로 합류했다. 이날 산업부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LG전자가 주도하는 '차량용 반도체 원팀(One Team) 태스크포스(TF)'도 발대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지난 1년간의 성과도 공개됐다. 현대모비스는 ASK 출범 이후 국내 업체들과 시스템반도체 분야 협업과제 19건을 발굴했고, 이 중 13종은 개발에 들어갔다. 13종 가운데 9종은 탑재할 목표 차종까지 정해졌다.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는 개발 역량과 품질·양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동 검토에 착수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기업으로서, 그간 축적해 온 다양한 노하우를 적극 공유하겠다"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높은 진입장벽을 개별 기업이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각자의 장점을 연결하고 개발부터 검증과 양산까지 함께 책임지는 전 주기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본행사에 앞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규석 사장은 "지난해 첫 포럼에서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가전·모바일·산업용 반도체 기술을 차량용으로 확장하고 공동 개발하는 기회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실제 제품 개발과 차량 적용,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한층 고도화된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시스템반도체와 전력반도체 두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생태계의 실질적 경쟁력 확보 방안도 논의됐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통신·전원 반도체 국산화 방안을 다루고, 수요기업, 팹리스, 파운드리, 시험인증기관 이 개발과 검증, 양산 단계에서 각각 맡을 역할을 정리했다.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는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GBT) 등 차세대 제품의 개발과 양산 경쟁력 제고 방안이 안건에 올랐다.
현대모비스는 수요기업으로서 요구사항과 시장 전망을 개발 초기 단계부터 국내 반도체 업계와 공유할 방침이다.
박철홍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전무는 "시스템과 제어기 관점에서 미래 핵심 반도체의 요구사항과 기술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겠다"면서 "완성차와 함께 차량에 적용할 기능과 품질 기준, 적용 시점, 목표 차종 등을 조기에 구체화하고, 검증과 양산을 거쳐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수요 기반 개발체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반도체를 직접 사용하는 Tier 1이면서 자체 설계와 외부 공동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완성차가 요구하는 성능·품질을 반도체 사양에 반영하고, 개발된 칩을 제어기와 실차 단계에서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현대오트론으로부터 반도체 사업을 인수한 뒤 전력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양대 축으로 연구개발을 확대해 왔다. 현재 전원, 구동, 통신, 센서, 데이터 처리용 등 자체 개발한 시스템반도체 16종을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연간 2000만개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전력반도체에서는 전력반도체부터 파워모듈, 인버터, 모터, PE(파워일렉트릭)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전동화 밸류체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완성된 반도체를 차량에 적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동화,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자율주행 확산에 맞춰 필요한 기능과 사양을 먼저 정의한 뒤 국내 반도체 업계와 공동개발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ASK를 단순한 정보 교류의 장이 아닌 '수요→과제→개발→검증→양산'으로 이어지는 실행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수요기업의 요구를 구체적인 개발 과제로 만들고, 이를 양산까지 연결해 참여 반도체 기업의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과제는 후속 협의체를 통해 담당 주체와 일정을 정하고 진척 상황을 관리할 계획이다. 정부와의 협력도 병행한다. 차량용 반도체 신뢰성 검증과 평가를 지원할 천안 차량용 반도체 지원센터가 정부와 지자체 지원으로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고, 포럼에서 논의된 프로젝트는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로도 연계할 방침이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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