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공소청장,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는 제미나이(구글 생성형 인공지능) 답변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공유했다. 야당은 물론 법조계와 여권 일각에서도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이 대통령은 21일에만 세 차례 중수청장 등 수사기관 책임자의 국무회의 배석을 정당화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대통령은 약 15분 후 X에 “산림청장, 소방청장, 해양경찰청장 등 모든 청장이 다 참석해서 논의한다”며 “수사권한 기관을 특별 취급하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는 것도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글을 재차 올렸다. 이 대통령은 “중수청과 공소청도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의 지휘를 받는 청장의 하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용 중수청장은 취임 당일인 전날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국무회의 규정에 따르면 검찰총장(공소청장), 중수청장, 경찰청장 등은 의무 배석 대상자가 아니다. 그러나 의장인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참석할 수 있다. 역대 정권은 정치적 중립 의무와 수사 독립성 훼손 우려를 의식해 수사기관 책임자를 배석시키지 않았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5년간 검찰총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업무의 독립성이 요구되지 않는 산림청장, 소방청장을 중대범죄 수사 책임자인 중수청장과 동일선상에 놓고 반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검사든 산림청 공무원이든 모든 공직자는 오로지 국민에게 충성하며 공명정대하게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일회성으로 배석시키는 게 아니라 참석을 정례화하려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 해체의 가장 큰 이유는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출범한 수사기관의 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행사 때 ‘사전 협의’ 관행을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수사기관을 존중하는 오랜 관행을 단숨에 무력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시작부터 중수청을 ‘하수청’으로, 공소청을 ‘공작청’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편향된 질문으로 편향된 답변을 제미나이에서 받아놓고 그 답변을 X에 올리는 대통령의 처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내에서도 “중수청장이 매번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김형규/이현일/이승우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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