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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모던워페어4' 전장 된 한반도

입력 2026-10-21 17:58   수정 2026-10-22 00:27

1인칭슈팅(FPS) 게임의 역사는 2007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해 미국 게임 개발사 인피니티워드가 내놓은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는 FPS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꾼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2차 세계대전에 머물던 FPS 게임 무대를 현대전으로 완벽하게 옮겼고, 영화적 연출과 속도감 있는 전투를 결합해 게임을 한 편의 블록버스터처럼 구현했다. 이 게임이 발전시킨 킬스트릭과 무기 개조 시스템 등은 이후 FPS 게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흥행 성적도 놀라웠다. 첫 작품은 세계에서 1500만 장 넘게 팔렸다. 당시 플레이스테이션3와 엑스박스(Xbox)360의 누적 판매량이 2500만 대 안팎이었음을 감안할 때 콘솔 게이머 두 명 중 한 명은 이 게임을 구매한 셈이다. 2011년 나온 후속작은 출시 16일 만에 매출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를 넘어서며 영화 ‘아바타’가 세운 17일 기록을 깼다. 잘 만든 게임 하나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뛰어넘는 대작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사례다.

시리즈 최신작 ‘모던워페어 4’가 내일 세계에 동시 출시된다. 전장은 놀랍게도 한반도다. 중동 분쟁과 러시아 민족주의 세력,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다루던 시리즈가 이번에는 남북한의 군사적 대립을 소재로 삼았다. 게임은 서울을 모티브로 한 가상도시 상공에 북한군이 기습 침투하며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해병대 이등병이 돼 한·미 연합군과 함께 평양 주석궁까지 진격하는 사실적인 미션을 수행한다.

최근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맞물려 이 게임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분단 현실을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다. 정치적 공방에도 소환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그제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관을 비판하며 “북 도발의 위험을 모르겠으면 ‘모던워페어 4’라도 해보라”고 꼬집었다.

게임 제작진은 “끝나지 않은 전쟁의 나라에서 북한 위협을 으레 그러려니 여기는 현실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우리에겐 익숙해진 남북 대치가 외국인의 눈엔 기묘하게 비친 모양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게임이 일깨운 우리의 현실이 서글퍼지는 이유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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