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토드 시나이, 니컬러스 솔리스 교수가 쓴 ‘주택의 임대료 위험 헤지 이론’도 같은 맥락이다. 주택 소유는 향후 임대료 상승, 주거 불안정 등의 위험을 회피(헤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건 사실상 주거 서비스 시장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것과 같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두 자산의 성격이 다른 만큼 투자자들은 ‘위험 대비 수익률’도 깐깐하게 따진다.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해리 마코위츠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투자자는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이 아니라 위험을 고려한 최적의 자산 조합을 선택한다.
여기에 행동경제학의 거장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의 ‘심적 회계 이론’을 접목하면 한국인의 투자심리가 한층 선명해진다. 사람들은 자산의 출처와 용도에 따라 마음속에 ‘돈의 꼬리표’를 나눠 관리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인에게 부동산은 ‘가족의 보금자리이자 노후를 책임질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핵심 자산’이라는 심적 계좌에 할당된다. 반면 주식은 변동성을 감내해야 하는 ‘위험 자산’ 계좌로 분류되기 쉽다. 두 계좌 간 자금을 섞거나 이동시키는 데 강한 심리적 저항이 따르는 이유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집값 상승 기대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이윤미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여전한 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 비강남 아파트 가격까지 올라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FOMO)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은 이런 심리를 더욱 증폭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종 쏠림에 따른 극심한 변동성, 끊이지 않는 중복 상장 논란, 국민연금 리밸런싱을 둘러싼 정부 개입 우려 등이 한국 증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적 금융 정책이 성공하려면 더 정교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 임대 순수익이나 양도차익을 혁신기업과 성장펀드에 장기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퇴직연금 제도를 발전시켜 가계의 장기 자산 배분 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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