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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소유는 주거 불안정 헤징 수단…주식으로 대체할 수 없어"

입력 2026-10-25 18:42  

"집 소유는 주거 불안정 헤징 수단…주식으로 대체할 수 없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 시중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머니무브’ 정책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불패 신화’만 재확인되는 모습이다. 경제학자들은 주택을 단순한 투기 자산으로 바라보는 정책적 접근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택은 자산 증식 수단인 동시에 의식주를 구성하는 필수재인 만큼 주식처럼 기대수익률만 따져 매수·매도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 ‘돈의 꼬리표’ 달라”
경제학자들은 “부동산과 주식은 대체재가 될 수 없는 자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시경제학 분야 석학인 제임스 헨더슨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교수와 요니스 다이오아니데스 미국 터프츠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두 학자가 발표한 ‘주택의 소비·투자 이중성 이론’에 따르면 주택은 자본 이득과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수익 자산인 동시에 필수재다. 거주의 효용(소비)과 자산 증식(투자)이 결합된 독특한 재화인 만큼 주식처럼 기대수익률만으로 매수·매도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복합적 자산이라는 얘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토드 시나이, 니컬러스 솔리스 교수가 쓴 ‘주택의 임대료 위험 헤지 이론’도 같은 맥락이다. 주택 소유는 향후 임대료 상승, 주거 불안정 등의 위험을 회피(헤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건 사실상 주거 서비스 시장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것과 같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두 자산의 성격이 다른 만큼 투자자들은 ‘위험 대비 수익률’도 깐깐하게 따진다.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해리 마코위츠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투자자는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이 아니라 위험을 고려한 최적의 자산 조합을 선택한다.

여기에 행동경제학의 거장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의 ‘심적 회계 이론’을 접목하면 한국인의 투자심리가 한층 선명해진다. 사람들은 자산의 출처와 용도에 따라 마음속에 ‘돈의 꼬리표’를 나눠 관리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인에게 부동산은 ‘가족의 보금자리이자 노후를 책임질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핵심 자산’이라는 심적 계좌에 할당된다. 반면 주식은 변동성을 감내해야 하는 ‘위험 자산’ 계좌로 분류되기 쉽다. 두 계좌 간 자금을 섞거나 이동시키는 데 강한 심리적 저항이 따르는 이유다.

◇강화하는 ‘부동산 불패 신화’
수익률에 대한 한국인의 경험은 부동산 선호 심리를 강화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부동산의 2013년 이후 20년간 세후 투자 수익률은 연 11.6%로, 미국 S&P500지수(7.1%), 코스피지수(6.0%), 공모펀드(5.7%)를 웃돌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집값 상승 기대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이윤미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여전한 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 비강남 아파트 가격까지 올라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FOMO)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은 이런 심리를 더욱 증폭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종 쏠림에 따른 극심한 변동성, 끊이지 않는 중복 상장 논란, 국민연금 리밸런싱을 둘러싼 정부 개입 우려 등이 한국 증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적 금융 정책이 성공하려면 더 정교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 임대 순수익이나 양도차익을 혁신기업과 성장펀드에 장기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퇴직연금 제도를 발전시켜 가계의 장기 자산 배분 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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