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인 부평역 일대가 주목받고 있다. GTX-B가 개통하면 서울역까지 이동 시간이 1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복합환승센터 조성과 노후 아파트 재건축 등 개발 사업도 추진되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단지별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부평역 인근 신축 아파트는 매물이 늘면서 가격이 주춤한 반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노후 대단지는 2년 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주변 신규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와 서울 외곽에서 유입되는 주택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부평역 일대의 주거 가치가 재평가될지 관심이 쏠린다.
GTX-B 착공…127년 된 부평역, 서울 접근성 달라진다
1899년 경인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연 부평역은 1999년 인천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면서 환승역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인천지하철 1호선이 지나며 주변에는 대규모 지하상가와 전통시장, 상업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현재 교통 여건을 대거 바꿀 사업이 GTX-B다. GTX-B는 인천대입구역에서 인천시청역과 부평역, 서울 여의도·서울역·청량리역 등을 거쳐 경기 남양주 마석으로 이어지는 광역급행철도다. 개통하면 부평역에서 서울역까지 이동 시간이 1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소요 시간은 최종 운행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GTX-B는 2024년 3월 착공식을 열었고 지난해 8월에는 민자 구간의 실제 공사도 시작됐다. 부평역은 기존 두 노선에 GTX-B까지 갖춘 환승역으로 바뀔 예정이다.
복합환승센터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GTX-B와 기존 철도, 버스 등을 연결해 환승 편의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부평역은 인천 구도심의 교통 중심지에서 수도권 광역교통 거점으로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신축 매물 쌓이고 구축 가격 올라…엇갈린 부평역 집값
부평구 아파트 시장에서는 거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평구 아파트 매매 거래는 2024년 4462건, 지난해 4339건이었다. 올해는 9월까지 3968건이 거래됐다. 올해 월평균 거래는 약 441건으로 지난해 월평균 약 362건보다 21.8% 많았다.
다만 단지별 가격 흐름은 엇갈렸다. 2023년 입주한 1559가구 규모 '부평SKVIEW해모로' 전용면적 84㎡는 2024년 6억6500만~7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최고 7억9300만원까지 올랐지만, 올해는 6억1500만~7억7500만원에 손바뀜했다. 거래가격 중간값도 지난해 7억3750만원에서 올해 7억3300만원으로 소폭 낮아졌다. 현재는 전용 84㎡에 입주할 수 있는 매물은 7억1000만원부터 7억5000만원 수준으로 나온 상황이다.
현지에서는 매물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입주 2년이 지난 지난해 일부 보유자의 매물이 나온 데 이어 올해는 입주 3년 차를 맞아 조합원 보유 물량까지 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평역 인근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입주 2년이 지난 지난해 일부 보유자의 매물이 나온 데 이어 올해는 입주 3년 차를 맞아 조합원 보유 물량까지 나오고 있는 터라 가격이 낮아졌다"며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할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노후 대단지 '부평동아1단지'는 가격이 올랐다. 1986년 준공된 2475가구 규모의 이 단지 전용 84㎡는 2024년 5억~5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는 5억8000만~6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5월 31일 거래된 6억3000만원은 2024년 최고가보다 6500만원 높다.
동아1단지의 매물 가격은 내부 수리 상태와 층수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28평형은 중간층 기준 5억3000만~5억8000만원, 수리가 된 매물은 6억원 안팎이다. 31평형은 선호도가 높은 층을 기준으로 6억2000만~6억3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재건축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사업 완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준공까지 10년가량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추가 분담금도 사업계획과 공사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단지 근처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가칭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 동의서를 모집하는 단계로 정식 추진위원회와 재건축 조합은 아직 설립되지 않았다"며 "조합이 설립되고 사업이 진척되면 가격은 더 오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부천 집값이 다시 오르면서 부평역 일대도 관심을 받고 있다"며 "지난 주말에도 4개 팀이 집을 보고 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분양가에 서울 수요 이동까지…부평역 재평가될까
부평역 일대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은 GTX-B다. 서울 도심 접근성이 개선되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실수요자에게 새로운 주거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환승센터 조성과 노후 주거지 정비사업이 맞물리면 이미 갖춰진 상업·생활 인프라에 교통과 주거환경이라는 경쟁력이 더해질 전망이다.서울과 가까운 입지도 강점이다. 송도·청라·검단 등 인천의 주요 신도시와 비교하면 부평역은 서울 서남권으로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좋다. 한국GM과 인근 산업단지 등으로 출퇴근하는 지역 내 주거 수요도 형성돼 있다.
주변 신규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도 기존 아파트의 가격 경쟁력 부각 요인이다. 부평구 산곡6구역을 재개발하는 '산곡역자이힐스테이트앤하늘채'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10억3200만원에 달했다. 경기 부천시 '상동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같은 면적 최고 분양가가 16억3800만원으로 책정됐다.

두 단지는 각각 산곡역과 상동역 생활권으로 부평역 직접 수혜 단지는 아니다. 다만 주변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아파트와 재건축 추진 단지의 가격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TX-B 개통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재건축 사업도 진행 단계에 따라 변수가 적지 않다. 서울 수요의 이동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평역 일대 아파트값이 일제히 상승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는 높은 신축 분양가가 재건축 단지의 잠재적인 투자 가치를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서남권에서 비규제지역을 찾는 실수요자와 전·월세 물량 부족에 따른 매수 전환도 부평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GTX 테마는 수도권 권역에서 굉장히 유효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며 "GTX 역세권과 신축 주거환경을 갖춘 지역은 향후 서울 수요의 대체 주거지로 선택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천 주택시장의 회복 속도에 대해서는 "이제야 경기 부천이 일부 영향권에 들어온 상황으로 인천이 본격화하는 국면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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