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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헤리치의 동반자'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세비치 별세…향년 86세

입력 2026-10-29 17:40   수정 2026-10-29 17:57

'아르헤리치의 동반자'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세비치 별세…향년 86세



베토벤의 격정과 슈베르트의 내밀한 서정을 건반에 담아온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세비치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그는 치밀한 작품 해석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연주로 반세기 넘게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194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고인은 11세에 연주자로 데뷔했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피아니스트 마이러 헤스에게 배웠으며, 1961년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유럽 데뷔 무대를 가졌다. 초기에는 의붓아버지의 성을 따라 '스티븐 비숍'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이후 친아버지의 성인 코바세비치를 사용했다.

고인은 작품의 구조를 치밀하게 짚으면서도 격정적인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 연주자였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을 비롯해 브람스, 모차르트, 슈베르트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휘자 콜린 데이비스와 여러 협주곡 음반을 남겼으며, 필립스와 EMI를 통해 폭넓은 녹음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은 그의 음악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2008년에는 첫 녹음으로부터 40년 만에 이 곡을 다시 녹음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1984년부터 지휘자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1990년 아일랜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를 맡았다.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스와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밴쿠버 심포니 등도 지휘했다. 실내악에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 스티븐 이설리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등과 호흡을 맞췄다.

한국 관객에게는 정경화의 음악적 동반자로도 친숙하다. 2017년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는 정경화와 25년 만에 재회해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연주했다. 당시 정경화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그를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했다.




다음달· 한국을 찾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고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두 사람이 함께한 사진을 올리며 그를 추모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각별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스테파니 아르헤리치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셋째 딸로,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인과 아르헤리치는 결별한 뒤에도 우정과 음악적 협업을 이어갔다.

지난해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열린 코바세비치의 85세 생일 기념 공연에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올해 1월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린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친구들' 공연에서도 두 사람은 함께 무대에 올라 듀오 연주를 들려줬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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