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의 계기는 올해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력인 6세대 HBM4를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양산·납품한 데 이어, HBM4E 샘플까지 가장 먼저 공급하며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되돌렸다. 그 결과 올 3분기 HBM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도 HBM 물량은 이미 완판됐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압도적 성과를 바탕으로 HBM 시장 1위 왕좌를 확실하게 탈환한다는 구상이다.
실적 일등 공신은 HBM이다. 올해 주력인 HBM4 매출은 3분기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HBM 전체 매출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까지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기공급계약(LTA) 체결 현황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기준 대형 고객사 10곳과 장기 계약을 완료했고, 추가로 10곳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2030년까지 생산능력 대비 LTA 비중이 60~70% 수준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기존 고객사와의 계약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는 ‘롤링’ 협의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내년 HBM 공급 물량은 솔드아웃(판매완료)됐고, 주요 고객사들이 공급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엔 HBM4E를 양산하고 하반기에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서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파운드리도 생산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석채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미·중 거래처가 늘며 올해 연간 2㎚ 수주 과제 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며 “8나노 이하 공정 전반에서 가동률이 100%를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첨단 1.4㎚ 공정에선 일부 고객사와 테스트칩을 개발하기로 하는 등 기술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테일러팹도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 테일러 팹의 경우 팹1은 클린룸 가동과 설비 반입을 시작했다.
반도체와 달리 완제품을 생산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메모리 초호황의 유탄을 맞았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는 6000억원, TV·가전 사업부(VD·DA)는 2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갤럭시Z 폴드8 흥행 등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스마트폰용 메모리 등 부품 원가 상승 부담을 상쇄하지 못했다.
DX 부문은 향후 고가 제품군 판매를 늘리는 데 주력하며 수익성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다니엘 아라우조 삼성전자 MX사업부 상무는 “내년 수익구조는 최상위 모델 중심으로 개선하겠다”며 “원가 절감 활동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하만은 각각 1조1000억원과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노유정/원종환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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