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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쓰려다 53억 낙찰"…경매 입찰표 '0 하나' 실수 막는다

입력 2026-10-31 10:06  


부동산 경매 입찰가에 숫자'‘0'을 하나 더 적어 의도한 금액의 10배에 낙찰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입찰표 양식이 바뀐다. 새로 개편된 기일입찰표는 다음 달 2일부터 전국 법원에서 사용된다.

31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부동산 경매에 사용하는 기일입찰표의 입찰가격과 보증금액 기재란이 전면 개편됐다. 입찰자가 가격을 잘못 적어 재산상 손해를 보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기존 입찰표는 입찰가격과 보증금액을 적는 칸이 좌우로 배치됐다. 숫자를 적는 공간도 비교적 좁아 금액의 자릿수를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새 입찰표는 입찰가격과 보증금액 기재란을 위아래로 배치했다. 금액을 적는 공간도 넓혔다. 입찰자가 작성한 가격과 보증금의 자릿수를 쉽게 대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찰가격 기재란 아래에는 숫자 '0'을 한 번 더 적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문구도 들어간다. 정상적인 기재 방법과 숫자 '0'을 잘못 추가한 사례도 함께 제시된다. 기존 주의사항은 실수 예방에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간소화했다.

법원이 입찰표 양식까지 바꾼 것은 숫자 하나를 잘못 적어 거액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이는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2009년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경매에 참여한 A씨는 약 5억3000만원을 입찰가로 적으려다가 숫자 '0'을 하나 더 붙였다. 입찰표에 적힌 금액은 53억여원이었다. 해당 아파트의 감정가는 9억5000만원이었다. 두 차례 유찰된 뒤 최저매각가격은 4억8640만원까지 낮아졌다. 차순위 응찰자가 써낸 금액도 6억889만원이었다. A씨는 다른 응찰자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가격을 적어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됐다.

A씨는 금액을 잘못 적었다며 법원에 매각불허가를 신청했다. 1심과 항고심은 중대한 오기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매각을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010년 2월 입찰가격을 잘못 적었다는 사유는 민사집행법에서 정한 매각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입찰표에 적은 53억여원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찰보증금 4800여만원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단순한 실수였더라도 입찰자가 작성한 가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입찰자가 최고가매수신고인으로 결정된 뒤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이미 낸 입찰보증금은 반환되지 않는다. 해당 물건은 다시 경매에 부쳐진다. 차순위 응찰자도 곧바로 낙찰받을 수 없어 경매 절차가 지연된다.

입찰표를 제출한 뒤에는 가격을 고치거나 입찰표를 교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금액을 잘못 적었다면 제출하기 전에 새 용지로 다시 작성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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