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걸그룹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인공지능(AI) 합성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사진 한두 장만 있으면 2분 만에 영상을 만들 수 있지만 당사자 동의 없이 얼굴을 합성해 공개하면 초상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31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유명 기업인과 배우, 방송인 등의 얼굴을 걸그룹 춤 영상에 합성한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다. 일부 영상은 조회 수백만회를 기록했다.
영상에 사용된 음악은 이수만 프로듀서가 제작한 신인 걸그룹 A2O 라이트의 '니온'이다. 노래 속 영어 가사인 '니온 앤 비욘드'가 '미혼 앤 비혼'이나 '위염 앤 비염'처럼 들린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가사를 바꿔 부르는 영상이 밈으로 확산했다. 여기에 AI 합성 기술이 결합했다. 이재용 회장과 젠슨 황 CEO 등 유명인의 얼굴을 댄스 영상에 합성한 콘텐츠가 잇따라 제작됐다.
제작 과정은 간단하다. AI 합성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원하는 영상 양식을 고른 뒤 얼굴 사진을 올리면 된다. 실제로 한 애플리케이션에 사진 두 장을 입력하자 약 2분 만에 15초 분량의 합성 영상이 완성됐다. 별도의 영상 편집 기술도 필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합성 대상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영상을 손쉽게 제작하고 유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난이나 놀이 목적으로 만들었더라도 타인의 얼굴을 무단으로 합성해 공개하면 초상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명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광고와 상품 판매 등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면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도 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성명과 초상, 음성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보호하고 있다.
다만 AI가 얼굴이나 목소리를 변형한 콘텐츠를 어디까지 특정인의 인격표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제작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점도 피해 구제를 막는 요인이다.
정부도 규제 강화에 나섰다. 지식재산처는 AI를 이용해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비슷하게 재현한 콘텐츠를 악용하는 행위에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할 방침이다. 온라인 플랫폼에 침해 콘텐츠 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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