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일본, 미국처럼 셀린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시장의 현지 고객에 집중하고 있다.”패션 전문매체 보그 비즈니스가 지난 28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해외 전략을 소개하며 전한 내용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셀린느는 유독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한때 엔저 현상에 따른 차익을 노리고 셀린느 가방을 사기 위해 일본으로 원정 쇼핑을 떠난 한국인들이 외신에 다수 소개될 정도로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가 크다. 이른바 '셀린느 투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처럼 한국, 일본 등에서 각광받으면서 셀린느 매출이 늘고 있다. 중국 등 대규모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명품 경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우수한 판매 실적을 내면서다. 특히 2200유로짜리 '소프트 트리옹프 스몰 하프문' 가방은 최근 명품 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이같은 상황에서 LVMH가 주목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셀린느다.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세실 카바니스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셀린느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발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한 데다 새롭게 출시한 가방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LVMH는 셀린느가 향후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높은 관심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패션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가 발표한 인기 브랜드 순위에서 셀린느는 올해 1분기 20위에서 2분기 15위로 상승했다.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서 이달 트리옹프 가방 검색량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전달보다 1800% 급증했다.
셀린느를 상징하는 '트리옹프' 문양도 이 시기에 탄생했다. 파리 개선문을 둘러싼 쇠사슬에서 영감을 받은 두 개의 C자 형태다. 1971년 브랜드의 상징으로 채택된 이 문양은 오늘날까지 셀린느의 대표적인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1996년 LVMH에 인수된 셀린느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도약한 것은 2008년 영국 출신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가 합류하면서다. 파일로는 로고를 앞세우지 않고 소재와 재단, 실루엣으로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 몸을 조이지 않는 넉넉한 코트와 군더더기 없는 가방은 현대 여성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우아함의 상징이 됐다. 최근 유행한 '조용한 명품(콰이어트 럭셔리)'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2018년에는 에디 슬리먼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브랜드 로고에서 악센트 기호를 없애고 셀린느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파리 부르주아의 세련미에 록 음악과 젊은 하위문화의 감성을 결합했다. 남성복과 향수, 뷰티 사업에도 진출했다.
라이더가 합류한 이후 새로 출시된 소프트 트리옹프 스몰 하프문 가방에서 이 같은 변화를 잘 엿볼 수 있다, 기존 트리옹프의 상징적인 잠금장치는 유지하면서 로고 크기를 줄이고 부드러운 가죽을 사용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백의 우수한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더했다는 평가다.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된 점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제품 구성도 다양화했다. 최근 몇 년간 명품 브랜드들은 잇따른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을 늘려왔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소비 양극화가 맞물리면서 높은 가격만으로는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셀린느는 초고가 제품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신발과 벨트, 스카프 등의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라이더가 선보인 아우라 로퍼와 젤리·케이지 샌들 등이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셀린느에 따르면 벨트 매출은 두 자릿수, 실크 스카프 매출은 세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300유로짜리 캔버스 소재 더플백도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다.
고가 제품으로 희소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구매 부담이 적은 제품으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매장 전략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확장보다는 기존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데오 드라이브 매장을 지난 9월 재개장했고 플로리다에서도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셀린느의 최근 변화와 실적 흐름이 명품 브랜드가 불황에 대응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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