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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해달라" 대신 "먼저 하겠다"…하남 교육 바꾼 이현재

입력 2026-11-01 08:05  

[기자수첩]"해달라" 대신 "먼저 하겠다"…하남 교육 바꾼 이현재


지난 10월 15일 하남종합복지타운이 박수와 환호로 들썩였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전국 최초로 통합교육지원청을 분리·신설하는 사업을 하남부터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이어진 학부모 질의응답에서 안 교육감은 교육청 실무진이 예상한 2028년 3월 개청 일정을 두고 “그렇게는 못하죠. 안 된다”며 2027년 9월 개청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기존 예상보다 6개월이나 앞당긴 목표다.

시민들의 환호에는 이유가 있다. 하남은 그동안 경기 광주와 하나의 교육지원청을 함께 써 왔다. 그사이 미사·감일·위례 등 신도시 개발이 이어지면서 학교 신설과 학생 배치, 과밀학급 문제가 쌓였고, 시민들은 독립된 교육행정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그러나 시민의 요구만으로 제도가 바뀌지는 않는다. 이를 실행할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하남교육지원청 신설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그가 건의한 하남교육지원센터는 2020년 1월 문을 열었고, 시장 취임 뒤에는 교육지원청 신설을 공약사업으로 추진했다. 2023년에는 분리·신설 지역협의체와 학부모 정책토론회가 잇따라 열렸으며, 2025년 11월에는 4개 반 15명 규모의 ‘하남교육지원청 개청지원단’이 꾸려졌다. 올해 1월에는 신설추진단이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실제 업무에 필요한 공간 문제도 시가 직접 풀었다. 하남시는 하남종합복지타운 6층에 150평 규모의 임시청사를 내줬다. 경기도교육청이 현장 실사에서 공간 부족을 지적하자 30평을 추가로 확보했고, 주차면 200면과 청사 관리까지 지원했다. 올해 9월에는 광주하남교육지원청과 ‘상생협력 벽깨기’ 협약도 맺었다. 안 교육감이 하남의 준비 상황을 높이 평가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런 행정 방식은 교육지원청 독립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 시장이 민선8기 취임 직후 내린 1호 결재는 과밀학급 해소 태스크포스(TF) 구성이었다. 하남시는 한홀중학교 설립을 위해 약 800억 원 상당의 공원 부지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통학로와 인도교 조성에 44억 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한홀중학교는 올해 3월 문을 열었다.

학교를 새로 짓기 어려운 지역에는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해법도 내놨다. 이 시장은 이번 주민 간담회에서 서울 송파지역 학교를 일정 기간 함께 이용하는 공동학구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안 교육감도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하남형 과밀학급 해소 모델’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과 하남시가 함께 참여하는 TF 구성을 제안했다. 학교 부지 지원에서 공동학구 협의에 이르기까지, 현장에 맞는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가 늘어난 데 이어 교육과정도 다양해졌다. 남한고는 ‘자율형 공립고 2.0’, 미사강변고는 ‘경기도형 과학중점학교’, 하남경영고는 ‘지역연계 상생형 특성화고’로 각각 선정됐다. 특히 남한고 공모에는 이 시장의 참여 독려와 학교·교육지원청의 협력이 힘을 보탰다. 진학 상담과 대학 탐방, 기업 현장체험 프로그램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 2026학년도 서울 주요 대학과 의약학계열 합격자는 387명으로, 4년 전 128명의 세 배를 넘어섰다. 학생과 학교의 노력에 지역사회의 지원이 더해진 성과다.

학교 부지 확보와 공동학구 제안, 교육과정 지원, 독립 교육지원청 준비까지 현안은 저마다 달랐지만 접근 방식은 닮아 있다. 필요한 일을 관계기관에 요구하면서도, 하남시가 할 수 있는 몫을 먼저 찾아 실행했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간의 준비를 2027년 9월 실제 개청으로 잇는 일이다. 전산 분리와 조직·인력 배치는 교육당국과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절차를 차질 없이 마쳐야 현장의 환호가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하남의 경험은 다른 지자체장들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지역의 숙원을 요청하는 데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그 결정이 가능하도록 조건부터 갖출 것인가. 행정의 진가는 바로 그 차이에서 드러난다.
하남=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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