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견을 기르는 고령자는 개를 기른 경험이 없는 고령자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48%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인들이 개와 함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면 의료·돌봄 관련 공공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서도 동물과의 교감을 노인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연구와 고령자 반려동물 돌봄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를 현재 개를 기르는 사람, 과거에 길렀던 사람, 기른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나눴다. 조사 기간 돌봄이 필요한 치매가 발병한 비율은 현재 개를 기르는 집단에서 12.8%였다. 과거에 길렀던 집단은 18.5%, 기른 경험이 없는 집단은 18.1%로 나타났다.
원래 건강한 사람일수록 개를 기르기 쉽다는 등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도구변수 분석’이라는 통계 기법도 적용했다. 그 결과 현재 개를 기르는 고령자는 기른 경험이 없는 고령자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48%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통계적으로는 발병 오즈가 48% 낮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를 반려견과의 생활이 치매 발병을 억제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신체 활동이 늘고, 다른 견주와 교류하는 기회가 많아지는 점이 치매 위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석 결과 의료·돌봄 관련 공공지출은 4년간 약 5920억엔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평균 약 1500억엔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실제로 확인된 절감액이 아니라 사육률 상승을 전제로 계산한 수치다. 반려견 양육에 드는 가계 지출까지 포함하면 사회 전체의 추가 비용은 4년간 약 4조6300억엔으로 추산돼, 공공지출 절감을 사회 전체의 비용 감소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고령자가 반려견을 기르는 데 걸림돌 중 하나는 자신이 아프거나 입원했을 때 대신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불안이다. 다니구치 유 국립환경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이런 경우에도 개들이 안심하고 평생을 보낼 수 있도록 공적 지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동물과의 교감이 노년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가 있다. 가톨릭대 간호대와 여주노인전문병원 연구진은 2020년 국제학술지 ‘노인정신의학(Psychogeriatrics)’에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동물매개치료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경기도 병원 두 곳의 치매 노인 28명을 참여군과 대조군으로 나누고, 참여군에 8주간 주 2회씩 회당 60분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지기능과 기분, 우울 증상, 일상생활 수행능력, 문제행동의 변화 양상에서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다만 이미 치매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여서 일반 고령자의 반려견 양육이 치매 발병을 예방하는지 살펴본 일본 연구와는 구분된다.
고령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도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기르는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100가구를 대상으로 방문 돌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가구당 3~4회 방문해 산책·목욕·미용과 양육교육, 동물등록·필수 예방접종 등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반려동물이 취약계층 어르신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가족이라는 점을 사업 배경으로 제시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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