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63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가상자산 해킹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공식 지목했다. 이번 해킹의 탈취 규모는 북한의 지난해 연간 상품 수출액의 13배가 넘는다. 국제 금융제재로 정상적인 외화 조달이 어려워진 북한이 국가 차원에서 해커를 육성하고 해외 지하 금융망을 통해 탈취 자산을 외화로 바꾸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탈취 규모는 북한의 경제 규모와 비교해도 막대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지난해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약 47조2000억원이다. 탈취액은 북한 GDP의 약 19%에 해당한다. 지난해 북한의 상품 수출액(4억7000만달러)과 비교하면 13배에 달한다.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달 29일까지 북한 연관 해킹 조직이 탈취한 가상자산은 약 132억4000만달러(약 18조원)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의 59%에 달한다. 올해는 89%까지 비중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는 해외 브로커들이 동원됐다. 북한은 홍콩 소재 브로커를 통해 1억달러 이상 현금화했다. 러시아 중개인을 통해서도 최소 6000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현금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캄보디아에 체류하는 북한 국적자가 현금화를 위한 자금 이동을 지원한 정황도 확인됐다.
북한 해커들은 탈취한 코인을 여러 종류의 가상자산으로 바꾸고 거래 경로를 복잡하게 만든 뒤 장외거래(OTC) 중개인을 통해 달러나 위안화로 바꾸는 방식을 활용했다. 중국인 명의 은행계좌를 통해 자금을 수취한 사례도 드러났다. 북한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러시아산 연료 수입대금 결제 등에 활용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번 바이낸스 해킹 사태에서는 탈취 자산 가운데 절반 가량 해당되는 약 30억달러가 동결됐다. 나머지 자산의 현금화 여부는 불확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낸스 해킹과 관련, "북한 (소행)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북한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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