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확보를 위한 현장 경영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에 구축한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을 직접 점검하고 현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일본 소부장 기술력과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을 결합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거점 '어드밴스트 패키지 랩(APL)'을 방문했다. 지난달 8일 공식 개소한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진 첫 현장 점검이다.
이 회장은 현지 연구진과 첨단 패키징 소재·공정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일본 소부장 업계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AI 시대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할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PL은 삼성전자가 일본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활용하기 위해 마련한 연구거점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요코하마에 APL을 설립한 뒤 2024년부터 5년간 400억엔(약 3500억원)을 투자해 연구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곳에선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 필요한 소재·공정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한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반도체 설계·제조 기술과 일본 기업들의 소재·장비 경쟁력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연구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웨이퍼 본딩·유리기판 등 차세대 공정·소재 기술부터 저전력·고성능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새로운 패키징 구조 개발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하는 구상이다.
첨단 패키징은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기술이다. AI 시스템에 활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고대역폭메모리(HBM)·가속기 칩 등을 연결해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패키징 기술에 따라 데이터 전송 대역폭뿐 아니라 전력 효율과 발열 특성도 달라진다.
AI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개별 반도체의 설계·제조 기술뿐 아니라 서로 다른 칩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패키징 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일본에 별도의 연구거점을 구축한 것도 현지 소부장 생태계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다수 포진된 곳이다. 대학·연구기관·기업 간 협력 기반도 마련돼 있다.
특히 요코하마는 도쿄와 가까워 전문 연구인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데다 첨단 패키징 관련 소재·장비 업체들이 모여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정부도 반도체·AI를 전략 산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투자·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APL을 국내 반도체연구소 산하 패키징 연구조직과 역할을 구분해 운영할 방침이다. 서로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두 조직 간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일본 현지 연구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린다. 요코하마 APL을 일본 소부장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협력 거점이자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글로벌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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