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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방문한 인천 청라 LX판토스 메가와이즈청라센터 지하 1층. 물류 상자가 가득 찬 보관대 벽을 소형 로봇이 쉴 새 없이 오르내리며 물건을 운반하고 있었다. 상자를 건네받은 또 다른 로봇은 작업자 앞까지 직접 전달했다. 다른 쪽에선 대형 로봇팔이 커다란 물류 상자 두 개를 들어 옮기고 있었다. 시간당 400개의 상자를 처리할 수 있다. 상자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적의 배치와 적재 순서를 스스로 계산해 차곡차곡 쌓는다. 직원들은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어 주문 수량을 한눈에 검수할 수 있다. 이 공간은 LX판토스가 지난달 문을 연 물류 실험실 ‘TDL랩’이다. 면적은 2700㎡(약 800평)로 국내 물류업계 연구시설 중 최대 규모다. 이 공간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I 물류 시대 시동
LX판토스는 종합 물류기업이다. 해상·항공 운송부터 창고 보관, 배송까지 물류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물류 실험실인 TDL랩을 가동했다. TDL은 ‘테크 드리븐 로지스틱스’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용어다. 상품 입고부터 보관, 분류, 출고까지 물류센터에서 이뤄지는 모든 작업에 첨단 기술을 도입한다는 취지다. 이 회사는 로봇뿐만 아니라 이를 통합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와 AI 기술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어재혁 LX판토스 부사장은 “개별 로봇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들의 이동 경로와 작업 순서를 조정하지 못하면 물류센터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TDL랩은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맺고 상품의 입고·보관·분류·출고 등 물류센터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계약물류(CL)사업부가 관리한다. LG CNS 등 국내외 7개 피지컬 AI 기업과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LX판토스가 TDL랩에 투자하는 이유는 e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거 물류센터는 팰릿 단위로 상품을 대량 운반하는 작업 위주로 운영됐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쇼핑 보편화와 맞춤형 제품 증가로 개별 상품을 분류하고 배송하는 작업이 크게 늘었다.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굿즈’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화장품은 대규모 할인 행사 때 하루 물류 처리량이 최대 20만 건까지 치솟는다. 엔터테인먼트 굿즈의 경우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한정판 상품 출고·대규모 물량 회수 등을 위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물류 자동화로 공간 활용도를 높여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LX판토스에 따르면 물류를 맡긴 한 화장품 고객사는 로봇 기반의 보관·피킹 설비를 도입하면서 기존 창고 면적을 약 30% 줄였다.
◇내년 실제 사업에 도입
LX판토스는 TDL랩에서 검증한 자동화 기술을 실제 고객사 상품이 있는 물류센터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청라 물류센터에 약 760억원을 투입해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한다. 지난해 LX판토스 영업이익인 1521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규모 투자다.내년 초 청라 물류센터를 활용하기로 한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스포츠 용품 기업과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어 부사장은 “물류 기업도 대규모 설비투자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고객사와 함께 사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지속적 투자로 기술 기반의 물류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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