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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 말리는데도 산다…요즘 SNS 뒤집어놓은 '이 가게'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입력 2026-11-07 10:00   수정 2026-11-07 10:48



물건을 더 사라고 권하는 대신 “돈 쓰지 마”라고 말하는 상인. 남대문시장 스카프 가게 앞에 손님들이 몰린 건 스카프보다 그 상인의 입담을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숏폼에서 시장 골목으로…상인을 보러 가는 손님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를 파는 상인 A씨는 최근 SNS에서 ‘스카프 아저씨’ ‘스카프리오’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손님이 스카프를 고르면 “과소비야”, “집에 가면 안 쓸 거야”라며 구매를 말리는 영상이 퍼지면서다. 스카프 6장을 1만원에 파는 가게지만, 사람들은 물건만 사러 오지 않았다. 영상에서 본 상인의 말투와 손님과의 ‘티키타카(재치 있는 말 주고받기)’를 직접 경험하려고 남대문시장으로 향했다.

온라인에서 커진 관심은 곧 오프라인 인파로 이어졌다. 지난 4일 영업을 재개하자 가게 앞에는 수십 명에서 100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방문객이 몰렸다. 손님뿐 아니라 사진과 영상을 찍으려는 사람까지 뒤섞이며 주변 점포 앞과 통행로가 붐볐다. A씨는 안전 점검을 이유로 다음 날 다시 하루 휴업을 공지했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상인이 실제 시장의 ‘목적지’가 됐지만, 좁은 골목에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자 정상적인 장사와 통행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 현상은 상품보다 ‘사람과의 경험’을 소비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숏폼에서는 짧고 분명한 캐릭터가 영상의 볼거리가 되고, 시청자는 그 장면을 현실에서 다시 만나려고 한다. 스카프를 사는 일이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영상을 찍고, 주변 시장을 둘러보는 경험으로 확장된 셈이다. 백화점 팝업스토어가 브랜드가 기획한 공간으로 소비자를 부른다면, 이곳에서는 시장 상인의 일상적인 응대가 그 자체로 방문 이유가 됐다.
시장 전체로 번질까…화제와 매출은 다른 문제
남대문시장에서 젊은 층의 관심이 커진 건 스카프 가게만의 일은 아니다. 때타월과 목욕바구니, 옥반지, 비녀, 그릇 등 SNS에서 주목받은 상품을 찾는 젊은 손님도 늘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남대문 상권의 주말·공휴일 결제 건수는 2024년 같은 기간보다 20대 이하에서 44%, 30대에서 53% 증가했다. 서울시 집계로는 올해 1~9월 남대문시장 관광 관련 업종의 외국인 카드 소비액도 전년 동기보다 65.6% 늘었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스카프리오의 인기가 시장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볼 수는 없다.

관건은 한 사람에게 쏠린 관심이 시장 안에서 다른 소비로 이어지느냐다. 방문객이 상인과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지, 주변 가게와 식당까지 둘러보는지에 따라 시장이 얻는 효과는 달라진다. 사람을 불러오는 데 성공해도 인파가 인근 점포의 영업을 막거나 보행을 방해하면 시장 전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주변 상인들도 시장에 사람이 늘어 반갑다는 반응과 점포 앞이 막혀 장사에 지장을 받는다는 우려를 함께 내놨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상품 가격이나 구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상인과 손님이 주고받는 말, 예상하지 못한 장면,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도 방문객을 움직이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다만 한 상인의 인기를 시장 전체의 변화로 연결하려면, 화제의 손님을 주변 점포와 시장의 소비로 이어주는 동선과 운영이 필요하다. 스카프리오 현상은 SNS가 시장에 사람을 데려올 수 있다는 점과, 그 인파를 감당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보여준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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